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도전 중인 야구선수 박효준(28)이 병역법 위반으로 고발돼 여권 반납 명령을 받은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26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강재원)는 5월 박효준이 "여권 반납 명령을 취소해달라"며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1심에서 패소한 박효준은 현재 2심이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야탑고 시절 '천재 유격수'로 불리며 김하성(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과 함께 키스톤 콤비를 이뤘던 박효준은 졸업 전인 2014년 7월 MLB 뉴욕 양키스와 계약금 116만 달러(약 15억 원)에 계약하고 미국에 진출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박효준은 MLB 무대에 좀처럼 진입하지 못했고, 천신만고 끝에 2021시즌 빅리그 데뷔에 성공했다. 데뷔 이후 열흘 만에 피츠버그 파이리츠로 트레이드된 박효준은 2022시즌까지 67경기를 더 뛰며 MLB 무대를 소화했다. 하지만 더 이상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고 여러 팀에서 마이너리그를 전전한 끝에 현재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산하 마이너리그 구단에 소속돼 있다.
병역 미필인 박효준은 병역법 제70조 1항에 따라 '25세 이상인 병역준비역, 보충역 또는 대체역으로서 소집되지 아니한 사람'에 해당해 지난해 3월까지 국외 여행 허가를 받고 미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나 박효준은 국외 여행 허가 기간이 끝난 뒤에도 귀국하지 않았고, 이에 서울지방병무청은 병역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외교부는 그해 4월 박효준에게 여권 반납 명령 통지서를 보냈다.
여권 반납 명령에 불복한 박효준은 지난해 5월 소송을 제기했다. 박효준 측은 정부의 여권 반납 명령이 사전 통지를 생략했고, 박효준이 악의적인 의도가 있지 않으며 위반 상태를 바로잡고 적극적으로 노력했던 점 등을 내세워 외교부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여권 반납 명령은 반드시 사전통지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 않고 결정서를 보내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병역의무를 기피한다고 의심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어 병역법 위반 혐의로 고발까지 된 원고의 여권 사용을 제한하기 위한 것으로 이 사건은 신속성과 밀행성을 요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당시 박효준이 해외에 체류 중이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해당 처분이 사전 통지를 요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효준 측은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을 사실상 포기해야 하는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박효준이 사건 처분을 받는 데까지 어느 정도 자초한 부분이 있고, 현재도 귀국하지 않은 채 미국에 체류하고 있다"며 "정당한 사유 없이 허가된 기간 내에 국내로 귀국하지 않은 행위 그 자체로 사실상 병역 의무를 회피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박효준 측 소송대리인은 조선일보와 통화에서 "현재 박효준은 미국 영주권 취득 절차를 밟고 있다"며 "병역을 회피할 목적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