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두 영풍 사장 "오죽했으면 MBK와…동업정신 먼저 깬건 최윤범 회장"

▲강성두 영풍 사장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영풍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설명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민서 기자 viajeporlune@)

강성두 영풍 사장은 27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동업 정신을 먼저 깼다. 고려아연을 살리고 영풍이 살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았다"고 말했다.

강 사장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 회장이 영풍과 모든 주주의 소중한 자산인 고려아연을 망가트리고 있다"며 "오죽했으면 이렇게까지 했겠느냐"고 비판했다. 고려아연 공개매수 선언 이후 영풍이 단독으로 공식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강 사장은 "동업에 담긴 사회적 의미를 최윤범 회장이 먼저 깼다"며 "영풍의 가장 큰 재산은 고려아연 주식인데, 고려아연이 확실히 망가지고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주주를 대리하는 입장에서 그걸 방치하는 건 올바른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강 사장은 "고려아연은 집안끼리 경영을 나눠 할 만큼의 회사 규모를 넘어섰다"며 "글로벌한 경영 감각, 경영 능력, 경영 비전을 가지고 있는 전문 경영인 체제로 가는 게 맞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할 만한 경험과 인력 풀을 가진 MBK가 동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매각 가능성에 대해선 "저와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회사에 존재하는 한 고려아연을 중국에 안 판다. 팔 생각이 없다"고 일축했다.

강 사장은 "며칠 전 금속노조 위원장도 만나 고용 불안 없도록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개인적으로 약속했다"며 "공개매수가 끝나고 주요 주주가 되면 울산에 내려가서 고려아연 노조분들과 울산 시민들이 걱정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약속을 직접 가서 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에 갈 수가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못 믿겠다고 하면 얼마큼 더 해야 하냐"며 "일종의 공격성 발언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풍은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나서게 된 결정적 계기가 4월 고려아연이 '황산취급대행계약' 갱신 거절 통보였다고 밝혔다.

황산취급대행계약은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만들어진 황산을 수출할 수 있는 항만부두 내 황산저장시설이 있는 온산항으로 수송하는 과정에서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의 일부 황산 탱크와 파이프라인을 유상으로 이용하는 계약이다.

강 사장은 "3월 주주총회에서 영풍의 반대로 아무런 제한 없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허용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 안건이 무산되자 그야말로 '영풍 죽이기'에 나섰다"며 "서린상사의 경영권 장악 이후 기존에 영풍과 고려아연이 함께 거래해 오던 고객사에 온갖 협박과 회유로 영풍과의 거래를 끊도록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원아시아파트너스 운용 사모펀드 투자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관여 △이그니오홀딩스 투자 관련 선관주의 의무 위반 등 석연치 않은 투자에 대해서도 "투자 경위와 투자금의 소재, 손실 규모에 대해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개매수 가격 추가 상향 가능성에 대해선 "추가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전날 MBK·영풍은 공개매수가를 기존 주당 66만 원보다 13.6% 높은 75만 원으로 올렸다. 강 사장은 또 "제가 그러고 싶다고 할지언정 MBK파트너스 측 판단에 따르는 것이어서 제가 답할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공개매수가인 75만 원이 적정 기업가치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것도 인정했다. 강 사장은 "대략 주당 50만 원 정도를 적정 기업가치로 보고 있지만, 경영권을 가지고 왔을 미래에 훨씬 이상의 가치가 있는 기업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며 "향후 매각할 때는 적어도 주가가 100만~120만 원까지 갈 텐데 거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팔면 투자액 보전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이 대항공개매수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선 "(이익) 구조가 안 나온다. 영풍·MBK는 경영권을 가지게 되는 주식을 파는 것인데, 고려아연은 비싼 가격에 사서 더 비싼 가격에 사줄 다른 사람이 있을지 그게 고려아연의 난관"이라며 "고양이 피하려다 호랑이 만나는 꼴 안되도록 했으면 좋겠다. 특히 불법 요소가 있는 일은 정말 안 하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강 사장은 또 "취득한 자사주는 단언컨대 소각할 것이며, 그게 자사주 취득의 목적"이라며 "반면 최 회장은 취득 자사주를 자신을 비롯한 경영진에 성과급으로 보태려고 하고, 제3자에게 매각해 또 다른 우호세력을 만들려고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