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공개 언급 피한 채 입장 고수
일각, 당대표 사퇴 위한 꼼수
“때릴수록 커진다” 2R 해석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거듭된 독대 요청에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정작 한 대표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윤석열 대통령과의 차별화”, “당대표 사퇴를 위한 카드”라는 해석이 널리 퍼졌다. 이들 해석의 전제는 ‘한 대표 위기론’이다. 역설적으로 한 대표가 “매 맞을수록 큰다”는 정치계 역설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27일 여권에선 윤 대통령과의 만찬 직전 한 대표가 독대를 요청했던 것과 관련해 비판이 쏟아졌다. 성일종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조용히 만나는 것이 독대인데 광고하듯이 해서는 곤란하다”고 했다. 김민전 최고위원도 언론 유튜브 방송에서 “야당 대표가 청와대 앞에 가서 시위하고 만나달라라고 했던 기억들은 있지만, 여당 대표가 독대하자는 얘기는 그동안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상휘 의원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독대를 하기 전에 물밑협상이 충분히 조성돼야 하는 것”이라며 “감정의 골로 치달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 대표는 만찬 다음 날인 25일 “중요한 현안에 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가 말씀드렸고 그 필요가 여전히 있지 않겠나. (어제 만찬 자리는) 그런 말씀을 나눌 자리가 아니었다”고 말한 뒤 이와 관련한 공개적인 언급은 피한 채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오히려 한 대표는 26일 당 의원들이 모인 의원총회에서 “우리가 무조건 민주당에 반대만 한다거나 무조건 정부 입장을 무지성으로 지지만 한다는 식의 오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의 만찬 독대가 무산되고 향후 기약이 없는 상태에서 정부와 구분되는 여당의 역할을 요구한 것이다.
이를 두고 김용남 전 개혁신당 의원은 25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결정적인 순간에서 결단하기 위한 빌드업”이라며 “이렇게 독대 요청을 하는데 계속 안 받아진다? 그러면 어느 결정적인 순간이 왔을 때 결단하기 위함으로 그 결단은 당대표를 때려치우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친한(친한동훈)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절대 그런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 한 친한계 의원은 “대권 생각이 없었으면 당대표 출마 자체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친한계 인사는 “(한 대표가) 민심에 반응해 주저하지 않고 말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고 전했다.
이렇다 보니 한 대표가 “때릴수록 커진다”는 정치판의 역설을 기다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 대표는 이러한 정치판 속칭을 가장 잘 활용한 정치인의 예다. 헌법재판소의 ‘검수완박’ 법안 효력 결정 후폭풍으로 야당이 탄핵을 거론하자 당시 법무부장관이던 한 대표는 이를 정면으로 응수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정치권에서 ‘총선 차출론’이 끊이질 않았던 이유였다.
지난해 1월 말 ‘윤·한 갈등’이 일어난 뒤 당시 당 비상대책위원장이던 한 대표의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은 한국갤럽 기준 1월(이재명 23%·한동훈 22%)→2월(이재명 26%·한동훈 23%)→3월(이재명 23%·한동훈 24%)로 사실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비등했다. 이후 한 대표는 ‘제3자 추천의’ 채상병 특검법을 공약으로 내걸어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63%’라는 압도적 지지율로 7월 국민의힘 대표로 당선됐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한국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