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부실 우려에 ‘강화·개선·규제’…업계는 후폭풍 우려도 [레고랜드 악몽 소환할까②]

입력 2024-09-29 11:31수정 2024-09-2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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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오피스텔과 주상복합 단지.(신태현 기자 holjjak@)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이 한창이지만,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부실 PF 사업장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금융당국의 입장과 달리, 급격히 늘어난 규제가 부동산 금융에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앞서 금융당국은 5월 부동산 PF 사업장에 대한 사업성 평가기준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주요 내용은 △평가대상 확대 △평가등급 세분화 △평가기준 구체화 △사후관리 기준 마련이다.

특히 본 PF와 브릿지론만 평가하던 사업성 평가대상에 토지담보대출과 채무보증 약정을 추가했다. 대상 기관에는 새마을금고가 포함됐다.

부동산 PF 사업장의 사업성 평가 기준은 기존 3단계(양호·보통·악화우려)에서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 우려)로 세분화했다. 이때 유의 등급으로 평가받으면 대주단이 사업장을 재구조화하거나 자율매각을 해야 한다. 부실우려 등급 사업장은 경·공매가 이뤄진다.

업계에서는 매번 PF 위기가 반복됐다는 점에서 정책적 대응은 필수적이었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다만 규제 정도와 방향에 대해서는 더 세심한 고민이 필요했다고 말한다. 한 번에 몰아치는 고강도 규제는 부동산 금융 성장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부동산 투자 관련 고위 관계자는 “지방은 부실채권(NLP)의 경우 감정가의 50%도 안 되는 가격에 내놓아도 유찰되는 경우가 많다”며 “사업에 투입된 자금 등이 큰 상황에서 후폭풍이 우려되는 상황이다보니 마냥 규제만 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PF 사업성 평가가 강화하면서 당장 정상 사업장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라 사업장들의 사업성이 회복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안타까운 사실”이라고 했다. 실제 PF 구조조정 이전에 이뤄진 사업성 평가에서 보통 등급을 받은 ‘더팰리스73’는 이달 브릿지론 만기 연장에 실패했다. PF 구조조정 영향으로 대주단이 만기 연장을 보수적으로 판단해 반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당국 기준이 업계 현실과 잘 안 맞은 부분도 있다”며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이 평가 기준에 들어갔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도 했다.

당국의 디벨로퍼(시행사)의 자기자본비율 규제 강화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PF 총사업비에서 시행사의 자본 비율이 낮을수록 대출 위험가중치를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PF 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셈이다.

이에 대해 중소형사들이 많은 개발업계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가장 많다. 자기자본비율 규제가 강화하면 사실상 중소 시행사는 사업을 못 하게 된다고 봐서다. 실제 건설업계에서는 시공사(대형 건설사)가 시행사에 지분투자를 하는 식으로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으나, 이 경우에도 영세 시행사는 배제되는 분위기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출 문턱까지 높아지면 부실 사업장이 앞으로 물밀듯 쏟아져 나올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면서 “현재 평가기준 상향으로 쏟아진 부실 사업장 중에도 수도권 위주로만 낙찰되고 있는 상황이라 연쇄부실 가능성도 고민해야한다”고 했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자본 비율에 따라 위험 가중치가 차등화된다면 수도권, 아파트 및 오피스, 대형 플레이어(대주·시공사) 중심의 시장 재편 불가피하다”며 “중소 플레이어가 주력하는 지방 및 수익형 부동산 시장의 공급이 감소할 수 있음은 장기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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