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일 시중은행의 횡령 사건이 발생하면서 금융시스템의 신뢰가 무너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전체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져 이를 회복하는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업종을 불문하고 민간기업, 공공기관의 대규모 횡령 사건이 빈번히 발생함에 따라 이를 예방하기 위한 내실 있는 '내부회계관리제도'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내부회계관리제도는 기관의 재무제표가 적정하게 작성 및 공시되었는지에 대한 합리적인 확신을 위한 내부통제 활동으로 회사의 경영진과 이사회를 포함한 모든 구성원에 의해 지속적으로 실행돼야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2018년 내부회계관리제도 모범규준의 대대적 개편과 외부감사법 개정 이후, 내부회계 준비와 감사 등 전반적인 감사환경은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회계처리기준 위반 시 제재 수준이 높아지고,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적용 대상이 확대되었다. 현재 주권상장법인은 자산총액에 관계없이 비상장법인은 재무제표 기준 직전 사업연도 자산총액이 5000억 원 이상인 경우, 내부회계관리제도의 구축 의무를 진다.
공공기관 또한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기에 더욱 선제적인 도입과 체계적인 운영으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해 나가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단순히 기관의 재무정보 신뢰성 확보라는 기본 목적을 넘어서 공공기관이 수행하는 본래 업(業)에 대한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기관 특성에 맞게 자발적으로 도입을 확대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은 올해 선제적으로 내부회계관리제도를 구축·운영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먼저 기관 업무별 위험요소 파악을 통해 내부회계관리제도 체계 구축을 시작한다. 이어서 내부통제 활동에 대한 통제기술서(Risk Control Matrix)를 개발하고, 내부회계관리 업무표준을 제정해 설계·운영평가를 통해 주기적인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경영진의 역할뿐만 아니라 감사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먼저, 경영진과 독립적인 입장에서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설계 및 운영을 감독한다. '내부회계관리제도 모범규준'을 기준으로 제도가 효과적으로 설계·운영되는지 평가해야 한다.
또한, 평가 결과는 이사회에 보고를 통해 경영진이 미비점이나 취약점을 스스로 시정하게 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내부회계전담 부서는 전사의 주요 변화사항 및 회계처리 관련 변화사항에 대응하기 위한 변화관리체계를 갖춰야 하고,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실태 점검 계획을 수립해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
인공지능(AI), 슈퍼컴퓨팅 등 미래성장 기술이 등장하고, 디지털 전환(DX)이 가속화하는 시대에서 전통적인 방법으로 대내외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은 점차 불가능에 가까워질 것이다. 이처럼 점차 예측불가능하고 다양한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내부통제시스템의 패러다임 전환을 내부회계관리를 위한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내부회계관리제도 도입 시 먼저 도입한 기관에서 발생한 실패 사례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다음과 같이 제언해 본다. 우선, 제도 설계의 오류로 인한 비효율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직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한 내부통제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 실효성 없는 형식적인 문서화 절차로만 남는다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할 것이다.
내부통제에만 매몰돼 무조건적인 강행도 금물이다. 업무 효율, 프로세스 개선 및 직원 업무 편의성 등의 관점에서 적절한 균형을 갖출 수 있는 추가적인 보완책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경영진의 강력한 제도정착 의지, 감사의 독립적 평가뿐만 아니라 모든 임직원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참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