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인수 방식 등으로 해외시장 진출 고려
현지 네트워크 부족…금융당국 협조 필요
하지만 수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 금융사들은 단 한번도 멈추지 않았다. 꾸준한 인수합병(M&A)으로 영토를 확장했고 점포도 늘렸다. 신사업 기회도 놓치지 않았다. 글로벌 경기 부진과 현지 기업들의 성장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시적인 부침을 겪고 있으나 그 동안 뿌렸던 씨앗은 언제든 수확할 수 있는 열매로 자라났다.
최근 세계로 비상하는 ‘K산업’을 통해 또 한번 도약의 기회를 맞았다. 금융당국도 금융사의 해외 진출 지원을 위해 각종 규제를 없애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퀀텀 점프’할 준비가 돼 있는 한국 금융사들의 글로벌 전략을 짚어본다.
국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절반 이상은 해외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봤다. 다만 국내 금융사에 대한 현지 금융당국의 견제가 심해지며 규제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해외 진출지의 부족한 현지 네트워크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컸다. 이에 금융사 CEO들은 현지 법인이나 점포 설립 대신 현지 금융회사와의 제휴 또는 합작투자 등으로 전략 변화를 통해 해외 경쟁력 확보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4일 본지가 해외 진출에 나섰거나 해외 진출을 준비 중인 은행과 보험 등 주요 금융사 CEO 3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3.1%가 국내 금융사 스스로 해외 진출을 위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 혹은 ‘그렇다’로 답했다.
실제 2010년 333개였던 국내 금융사 해외점포는 2015년 390개, 2022년 488개로 급증, 양적 성장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외점포 보유 자산도 2017년 1000억 달러를 웃도는 수준에서 2022년에는 2000억 달러 넘는 수준으로 확대됐다.
그럼에도 국내 금융사들의 수익성이 양적 성장세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CEO들은 ‘현지 네트워크 부족으로 인한 현지 경쟁력 확보가 부족했기 때문’(56.3%) 이라고 판단했다. 그간 전문가들이 지적한 진출 지역 중복 현상이 문제라고 지적한 CEO는 15.6%에 불과했다.
이들은 해외시장 진출 전략 수립 시 가장 먼저 고려하는 요인으로 시장의 성장 가능성(84.4%)을 꼽았다. 이를 감안하면 특정 지역으로의 쏠림 현상은 불가피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앞서 언급한 현지 네트워크 부족과 함께 현지 금융당국의 과도한 규제가 문제라는 의견이 많았다. 해외 진출 시 주요 리스크 요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중복 답안 허용)에 96%에 달하는 CEO들이 현지 금융당국의 규제 불확실성 등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이어 문화·언어적 차이(46.9%)를 어려움으로 인식했다.
높은 장벽에 CEO들의 해외진출 전략에도 변화가 생겼다. 과거 국내 금융사 CEO들은 현지 법인이나 점포 설립 등의 방식을 선호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현지법인 인수 및 지분 인수합작법인을 통한 영업 전략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분석됐다. 해외시장 진출 시 가장 선호하는 방식을 묻는 질문에 △자회사 설립(33.3%) △합작투자(23.3%) △인수합병(M&A)(16.7%) 등으로 답한 것이다. 아직 현지 기업과의 제휴 또는 합작투자에 나서지 않은 경우 이런 방식을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56.3%의 CEO가 고려 중이란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나 지분인수 방식 등을 통한 해외진출은 투자 부실화 우려와 금융 당국의 규제 리스크 등이 상존한다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국내 금융당국에 비금융사에 대한 투자 혹은 조인트벤처(JV) 설립 등의 방법을 통한 해외 진출이 가능하도록 규제 완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CEO들은 현지 인력 관리도 매우 중요한 과제로 여겼다. 현지 인력 운용 방식에 있어 과거에는 본사 인력 파견을 선호했다. 하지만 업력이 길어지면서 현지 인력의 중요성이 대두됐다. 이에 본사 인력과 현지 인력의 혼합 방식을 선호한다는 CEO가 61.3%로 집계됐다. 또 현지 인력을 선호한다는 CEO도 35.5%에 달했다.
국내 금융사 CEO들은 향후 5년 내 해외 진출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묻는 질문에 △아시아 1등 금융기관 △해외 순이익 비중 30% 달성 △국내 보다 높은 성장성과 수익성 확보 등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으며 여전히 해외 시장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