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바 개수 8380개, 영란은행에 보관…작년에 현장 실사
1일 기준 금 현물가격 온스당 2667.55달러…연초 대비 600달러 올라
한은 4월 블로그 통해 “금 매입, 평판리스크 관리 및 매도 어려워” 신중론 강조
3일 한은에 따르면 외환보유 일환으로 금 보유량은 104.4톤(t)으로, 미 달러화로 환산하면 47억9475만9000달러다. 2013년 2월부터 11년 8개월째 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골드바 개수는 8380개로 전량 영란은행에 보관 중이다. 한은은 1990년부터 금을 영란은행에 보관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현장 실사에 나서기도 했다.
한은의 추가 금 매입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높은 이유는 금값 상승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런던금시장협회(LBMA)에 따르면 금 현물가격은 1일 기준 온스당 2667.55달러를 기록했다. 연초(1월 2일 기준) 2067.55달러보다 600달러 올랐다. 4월부터 현재까지 온스당 가격이 2250달러를 웃돌고 있다.
금은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금값은 우상향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8월 리포트에서 “전쟁을 필두로 한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망 분절화 등은 안전자산으로써의 금 수요를 지탱한다”며 “공급 측면에서 신규 채굴된 금의 등급 하락은 금 생산 비용을 높여 가격 하단을 지탱한다. 중장기적으로 금 가격이 우상향할 것으로 보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중앙은행들도 금 보유량을 늘릴 가능성에 점차 무게를 두고 있다. 세계금협회(World Gold Council)가 6월에 70개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설문을 한 결과 ‘향후 12개월 동안 기관의 금 보유량이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합니까’란 질문에 29%가 ‘증가’를 택했다. ‘증가’를 택한 응답률이 작년(24%)보다 5%포인트(p) 높아졌다. ‘변경 안 함’을 택한 응답률은 작년 72%에서 올해 68%로 낮아졌다. ‘금 보유 결정에 관련이 있는 요인’을 묻는 항목에는 49%가 ‘디폴트 위험이 없다’고 답했다.
한은은 금 추가 매입에 대해서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한은은 4월 블로그를 통해 ‘외환보유액으로서의 금,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당시 한은은 “위기 시 대외지급준비금으로서 외환보유액을 운용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금 투자를 신중하게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은은 “금은 채권, 주식에 비해 유동성이 높지 않은 자산”이라며 “유동성이 낮은 자산을 필요시점에 즉시 현금화하는 데에는 거래비용, 거래상대 탐색 등에 많은 어려움이 수반된다”고 서술했다. 이어 “이자, 배당과 같은 현금흐름이 없고 보관비용이 발생하는 금의 특성은 장기보유 목적의 투자를 제약[5]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전했다.
한은은 “금은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 미달러화에 대한 투자 대안으로서의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중장기적 시계에서 투자대상의 하나로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면서도 “금은 일단 매입하면 평판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중앙은행이 유동성 목적으로 매도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투자시기 결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청한 한 경제학 교수는 “중앙은행은 개인과 또 다른 포트폴리오를 결정하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금 매입-매도가 시장에 주는 시그널이 다를 것”이라며 “중앙은행은 국가의 일부이기 때문에 개인이 낮은 가격에 매입해 높은 가격에 매도하는 것과 다르고, 큰 손인 기관투자자와도 다르다는 점은 인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