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회장 "MBK·영풍이 고려아연 경영권 빼앗으면 미래 없어"
영풍에는 "고려아연 지분으로 경영 정상화 추진해야"…협력 뜻 밝혀
고려아연이 영풍·MBK의 경영권 인수 시도에 맞서 4일부터 자사주 공개매수에 나선다.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83만 원으로, 최대 18%의 지분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2일 기자회견에서 "회사와 주주, 임직원, 협력업체를 지키고 지역사회와 국민 여러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진심을 담은 간절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대응 전략을 발표했다. 고려아연은 이날 전체 발행 주식 수의 15.5%에 해당하는 320만9009주, 2조7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공개매수 계획을 공시했다. 글로벌 사모펀드 베인캐피탈도 약 4300억 원을 투자해 지분 2.5%를 확보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MBK와 영풍이 적대적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빼앗는 경우 고려아연의 미래는 없다"며 "MBK가 경영권을 장악하는 경우 결국 MBK는 고려아연을 중국 기업이든 누구든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매수인에게 매각할 것이다. (공개매수를 통해) 비철제련 세계 1위의 토종기업으로서 2차전지 공급망에서 니켈 등 핵심 원소재를 생산하는 국가기간산업을 지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또 "적대적 M&A로 우량기업의 경영권을 빼앗아 구조조정, 무리한 원가 절감 압박, 기술유출, 자산 처분, 과도한 차입금 등으로 단기적인 투자 수익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밖에 없는 고용불안, 안전환경 시스템 및 상생협력 체계의 붕괴로부터 임직원들과 협력업체를 지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취득한 자사주는 향후 적법한 절차를 거쳐 전량 소각함으로써 주주가치를 확고히 높이겠다"며 "이번 사태로 초래된 자본시장의 혼란과 회사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신속하게 수습하고자 결정했으며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전략을 통해서도 장기적 성장을 도모하겠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영풍·MBK 측이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것이 배임이라고 주장하며 공개매수 금지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한 데 대해서도 정면 반박했다. 최 회장은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불확실성을 극대화해 투자자들로 하여금 영풍·MBK의 공개매수에 참여하도록 하는 의도가 아닐까 한다"라며 "자기주식 취득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이 580억 원에 불과하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건 시세조종, 자본시장 교란 등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화해의 여지도 남겼다. 최 회장은 "고려아연 지분을 MBK에 헐값에 넘길 것이 아니라 투자재원으로 해 석포제련소 개선 등 경영 정상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영풍이 원한다면 기꺼이 도움을 줄 준비가 돼 있고, 언제든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형진 영풍 고문과도 그동안의 오해를 해소하고, 두 회사가 직면한 제반 현안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허심탄회하게 해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영풍·MBK 측이 제기한 원아시아파트너스 사모펀드 투자와 이그니오홀딩스 투자 논란에 대해서도 답했다. 최 회장은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는 여유자금 활용을 통한 투자 수익 제고를 위해 관련 법령과 내규에 의해 필요한 절차를 모두 거쳤다"며 "이그니오홀딩스는 '트로이카 드라이브'의 중요한 축 중 하나로, 영풍 측의 주장은 신사업을 이해 못 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