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에 대한 진상조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히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간의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형국이다.
한지아 수석대변인은 2일 오전 언론 공지를 통해 “최근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 김대남 서울보증보험 감사가 좌파 유튜버와 나눈 녹취가 공개됐다”며 “국민의힘은 당 차원에서 필요한 절차들을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그 결과에 따라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김대남 씨는 국민의힘 당원”이라며 “보수정당 당원이 소속 정당 정치인을 허위 사실로 음해하기 위해 좌파 유튜버와 협업하고 공격을 사주하는 것은 명백하고 심각한 해당 행위이자 범죄”라고 했다.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가 최근 공개한 녹취에 따르면 김 전 선임행정관은 7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 유튜브 채널과 통화에서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후보 때문에 죽으려고 한다”며 “이번에 잘 기획해서 (한 후보를) 치면 여사가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당 윤리위원회 조사를 통해 김 전 행정관에 대해 제명 등 징계를 내릴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자 김 전 행정관은 국민의힘을 탈당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전 행정관은 이날 오후 법률대리인을 통한 입장문에서 “한동훈 대표와 국민의힘을 이끄는 당직자분들, 당원들 모두에게 이 모든 논란을 일으킨 것에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을 전하며, 당을 떠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또 “본인은 애초에 김건희 여사님과 연락이 전혀 되지 않는 사람이었다”며 “(전대 당시) 당원으로서 다른 후보자를 돕는 위치에 있었을 뿐, 특정 당대표 후보자를 사주받아 타격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탈당하더라도 당원이었을 때의 행동이니까 그에 대해 윤리위 조사 같은 것은 충분히 할 수 있다”며 “(한 대표에 대한) 명예훼손일 수도 있고, 전당대회 기간이었으니까, 그에 대한 업무방해 등도 검토해 볼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이를 두고 ‘친한(친한동훈)계’와 ‘친윤(친윤석열)계’는 상반된 반응을 내놨다. 친한계는 “배후를 밝혀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대통령실을 비롯한 친윤계는 “개인의 일탈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친한계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채널A 유튜브 ‘정치시그널’에서 “이완용은 나라를 팔아먹었는데 김대남 씨는 진영을 팔아먹었다”며 “진영을 팔아먹은 행위가 단독범행이었는지, ‘조직 플레이’였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김 전 선임행정관이 단독으로 하기에는 정황상 어렵다고 본다”며 “이명수 기자(서울의 소리)에게 첫 번째 당하면 실수지만, 두 번째 당하면 실력”이라고 했다. 김종혁 최고위원도 1일 페이스북에 “지난 경선 때 한동훈을 죽이려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던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좌파 매체까지 동원됐으리라곤 상상도 못했다”며 “뿌리 깊은 공작정치와 부패 정치의 고리를 끊으려면 일벌백계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반면 대통령실 관계자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전 행정관 스스로 본인 발언에 대해 허황된 실언이라고 밝혔고, 영부인과는 연락이 전혀 안 되는 사람”이라며 “일련의 주장들은 김 전 행정관이 본인 스스로 과장되고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했는데, 우리가 보기에도 그런 것으로 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