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온 ‘김건희 특검법’ 등에 대한 재표결을 앞두고 여야 간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특검법 등을 당론으로 부결·폐기하기로 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번에 가결이 안 되더라도 법안을 재발의하겠단 방침이다.
여야는 이날 오후 2시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지역화폐법’(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한 재표결에 들어간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이들 법안을 당론으로 부결·폐기하기로 했다. 추 원내대표는 의원총회가 끝난 뒤 이 같은 방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민주당이 법안을 재발의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민주당이 법안을 같은 형식으로 일방적으로 강행할 경우 당연히 지금과 같이 부결시켜 나갈 것”이라며 “민주당도 도돌이표 형태의 국회 운영이 되지 않도록 민생을 함께 논하는, 건설적 대안을 찾는 국회가 될 수 있게 하는데 함께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추 원내대표는 앞서 모두발언에서 “두 개의 특검법 모두 야당이 수사권·기소권을 틀어쥐겠다는 것으로 명백히 삼권분립에 위배되는 위헌적 특검법”이라며 “지역화폐법은 정부가 가진 예산편성권을 나눠서 가지고, 더 나아가 지자체의 자율적인 정책 결정 권한도 침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가 거대 야당 폭거에 맞서 싸우는 건 헌법을 지키고 나라를 지키는 일”이라며 “우리 108명 의원은 나라를 지키는 이 대열에 한치 흔들림 없이 함께해달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특히 ‘김건희 특검법’ 표결 때 이탈표 향방을 두고 술렁이는 분위기다. 김 여사에 대한 부정 여론이 높아지면서 당 내부에서 예상 밖의 이탈표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면서다. 이 때문에 한동훈 대표도 의원총회에 참석해 “지금 더불어민주당의 특검법안은 민주당 마음대로 (특검을) 골라서 민주당 마음대로 전횡할 수 있는 내용이고, 이런 법이 통과되면 사법 시스템이 무너진다”며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가결표’ 행사를 압박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민심을 거역하는 권력은 국민에게 버림받는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라며 “김건희 한 명 지키려다 전체 보수 세력을 궤멸시키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말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대의기관인 국회가 오늘 재의결에서 특검법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국회의 도리”라고 덧붙였다.
김민석 최고위원도 “4년 후 다시 ‘윤석열 공천’을 받는 것도 아닌데도 ‘김건희 산맥’ 앞에 모두 꿀 먹었다”며 “미친 권력의 마지막 칼춤이 두려워서인가. 직언 못 하는 집권당은 무너진다는 게 한국 정치사의 교훈”이라고 직격했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한동훈의 힘을 보여줄 날이 바로 오늘”이라며 “(가결표를 던질) 8명도 규합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여당 대표라고 할 수 있느냐”고 압박했다.
이날 민주당은 당내에 ‘김건희 가족 비리 및 국정농단 규명 심판 본부’(김건희 심판본부)를 구성하기로 했다. 황정아 대변인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심판본부는 비상설특위 형태로 꾸려진다”며 “김민석 최고위원이 본부장을 맡기로 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이번에 특검법이 부결되더라도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추가로 검증한 뒤 법안을 재발의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