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글로벌 시장 현물 거래 점유율이 1년 새 7%p(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업계는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을 올해 글로벌에서 승인 및 출시된 가상자산 ETF의 영향으로 해석하고 있다.
7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글로벌 현물 거래량 점유율이 지난 1년 사이 11.8%에서 4.9%로 감소했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사이트 코인게코 데이터 기준 올해 9월 국내 가상자산 5개 거래소의 가상자산 현물 거래량은 약 626억 달러(한화 약 82조 원)로 글로벌 전체 현물 거래량(약 1조2700억 달러)의 4.9%를 점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9월 국내 거래소가 글로벌 전체 현물 거래의 11.8%를 점유했던 것 대비 6.9%p(퍼센트 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9월 국내 거래소의 가상자산 현물 거래량은 약 397억 달러(한화 약 52조 원), 글로벌 현물 거래량은 3360억 달러였다.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해 9월 2만6000달러 대에서 올해 9월 6만 달러 안팎까지 상승하면서 국내 거래소의 절대적인 거래량도 증가했지만, 글로벌 증가량을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9월 대비 국내 가상자산 현물 거래량은 약 37%(30조 원)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글로벌 현물 거래량은 4배 가까이 늘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에서 승인 및 출시된 가상자산 현물 ETF의 영향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상장지수펀드)는 각각 올해 1월과 7월 미국에서 승인돼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미국 기관 투자자들의 비트코인 접근성을 늘려 가격에도 큰 영향을 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장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6만5000달러 선을 돌파했던 9월 27일에는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에 4억9400만 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던 것으로 나타났고, 이달 1일에는 2억4200만 달러가 유출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6만 달러까지 후퇴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와 올해 달라진 점은 ETF라고 볼 수 있다”면서 “ETF 승인을 전후로 해외에서는 기관 매수세가 강했지만, 국내는 여전히 개인 투자자 위주인 만큼 시장 회복에 따른 거래량 증가에도 차이가 발생한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해외에서는 현물 ETF를 통한 큰 손들의 자금 유입이 늘어난 반면, 국내에서의 규제로 인해 거래 증가 움직임이 제한받은 것 같다”고 했다.
한편, 국내 가상자산 현물 거래량은 8월(약 85조 원)과 비교하면 약 3조 원 감소했다. 거래소 별로 업비트의 거래량은 약 4600억 감소해 큰 차이가 없었으나, 빗썸은 같은 기간 약 21조4300억 원에서 약 19조2700억 원으로 2조 원 넘게 감소했다.
나머지 3개 거래소 중 코인원은 약 5%(920억 원) 감소하는데 그쳤고, 고팍스는 오히려 340억 원 정도 거래량이 늘었다. 반면, 코빗의 거래량은 8월 대비 9월에 약 39%(약 2450억 원) 가까이 감소하며 낙폭이 컸다.
5대 거래소 중 빗썸과 코빗의 거래량이 뚜렷하게 감소하며 점유율에도 일부 변화가 생겼다. 업비트와 빗썸의 점유율은 8월 각각 71.17%, 25.23%에서 9월 73.14%, 23.5%를 기록하며 업비트의 점유율이 약 2% 상승하고 빗썸은 비슷한 수치만큼 하락했다.
코인원 역시 거래량의 큰 변화가 없으면서 점유율에도 큰 변화는 없었다. 8월 점유율 4위와 5위 거래소였던 코빗과 고팍스는 다시 한번 순위가 뒤집어졌다. 코빗은 9월 거래량 감소로 인해 점유율이 0.73%에서 0.46%로 급감했고, 같은 기간 고팍스는 0.49%에서 0.06%p 상승한 0.55%를 기록하며 점유율 4위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