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회복 지연’ 반영
4분기 소매시장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소매업계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가 올해 2분기 회복 기미를 보였다가 2분기 연속 하락하며 주춤한 모양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500개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4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를 조사한 결과 전망치가 ‘80’으로 집계됐다고 6일 밝혔다.
RBSI는 유통기업의 경기 판단과 전망을 조사해 지수화한 것으로 기업의 체감경기를 나타낸다. 100 이상이면 ‘다음 분기의 소매유통업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대한상의는 “소비자 물가가 안정세에 접어들었으나 그간의 누적된 물가 상승으로 높아진 가격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데다 계속된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 부채 부담으로 소비심리 회복이 이루어지지 못한 데 따른 것”이라고 풀이했다.
업태별로는 오프라인유통이 모든 업태에서 기대감이 하락했지만, 온라인쇼핑만 기대감이 소폭 상승했다.
세부업태별로는 편의점(74)은 전 분기 대비 14포인트(p) 하락하며 경기 기대감을 크게 낮췄다. 4분기는 추워진 날씨 탓에 유동인구가 줄어드는 비수기라는 점이 체감경기 하락의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됐다. 여기에 치열해진 편의점 점포 간 경쟁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대형마트(90)도 고전할 것으로 예상됐다. 고물가ㆍ고금리 장기화에 따라 구매심리를 자극하기 위한 초저가, 제철 식품 할인 등 다양한 할인행사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쇼핑 강세에 따른 비식품군의 매출이 악화하고 있다. 신선식품을 둘러싼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은 기대감 상승을 막는 부정적 요인으로 지목됐다.
백화점도 ‘91’을 기록하며 기준치를 하회했다. 백화점 업태가 경기 흐름의 영향을 덜 받는 데다가 연말 특수가 있고 상대적으로 비싼 겨울 의류 판매가 증가하는 4분기가 최대 성수기이지만 전반적인 소비 부진 상황을 피해가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슈퍼마켓(81)도 기대감을 낮췄다. 높은 물가 탓에 집밥 수요가 견조하고 대형마트와 비교해 접근성이 뛰어난 까닭에 1~2인 가구의 장보기 채널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다만, 배송 경쟁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편, 온라인쇼핑(76)은 전망치가 소폭 상승했다. 4분기 의류 매출 확대가 기대되는 가운데, 중국 온라인플랫폼의 초저가 공세가 제품 품질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늘면서 주춤해지고 있고, 여기에 온라인 유통시장의 정산 지연사태가 해결책을 모색하는 국면으로 접어든 것이 주요 원인이다.
온라인 유통시장의 정산 지연사태는 유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과 함께 시장 재편을 가속할 전망이다.
김민석 대한상의 유통물류정책팀장은 “물가상승률이 최근 들어 다소 안정세를 보이지만 필수 소비재를 포함한 생활물가가 높은 탓에 소비자가 피부로 느끼는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코리아세일페스타 등과 같은 대규모 할인행사를 통해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자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