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친이란 무장단체로 전쟁 대상 넓혀
사실상 이란 개입 유도...‘경제난’ 이란은 전략적 인내
5차 중동전 발발 우려에 세계 경제 ‘시름’
지난해 10월 7월 가자지구를 지배하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해 1200여 명을 살해하고 250명을 납치하며 전쟁이 시작됐다. 전쟁 초기 당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 완전 축출과 인질 석방을 목표로 내세우면서 가자지구의 민간인들까지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퍼부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 1년간의 전쟁으로 5일(현지시간) 기준 최소 9만6910명이 다치고, 4만1825명이 사망했다. 전쟁 1년 만에 가자지구 인구의 약 2%가 사망한 셈이다. 미국과 카타르 등 중재국의 노력으로 양측은 수차례 협상 테이블에서 마주하면서 몇 차례 임시 휴전에 나서기도 했지만, 완전한 휴전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전쟁 초기 국내 여론 결속 효과를 톡톡히 봤던 네타냐후 총리는 사실상 자신의 정치생명 연장을 위해 하마스를 넘어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등 이란의 후원을 받는 비국가 무장단체로 확전하고 있다. 여기에 이란을 자극해 이란의 직접적인 개입을 유도하고 있다. 전면전을 통해 이란을 고립시키고 영향력을 없애려는 ‘새로운 중동 구상’을 실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 레바논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무선호출기와 휴대용 무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하여 수많은 사상자를 낳은 데 이어 지난달 27일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제거하고 1일 18년 만에 처음으로 레바논 남부를 지상 침공하자 결국 이달 초 이스라엘을 향해 탄도미사일 200여 발을 발사하며 행동에 나섰다. 다만 이란은 “이스라엘 정권이 추가 보복을 자초하지 않는다면 이란의 보복 공격은 종료된다”면서 전면전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거듭 피력했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의 전쟁 대상이 헤즈볼라와 후티 반군 등 비국가 무장단체를 넘어서 이란과 ‘국가 대 국가’로 맞서게 된다면 지금의 전쟁이 ‘5차 중동전쟁’으로 바뀌게 된다고 지적한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부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준 피해를 과대평가한 나머지 이란이 앞으로 얼마나 강력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확전 양상이 ‘5차 중동전쟁’까지 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중동 국가들이 1948년 이스라엘 건국과 함께 이어진 4차 중동전쟁에서 ‘팔레스타인 해방’이라는 대의 아래 결속했지만, 이제는 이러한 대의보다는 자국의 안보와 경제성장을 중시하면서 적극적으로 전쟁 문제에 관여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아랍에미리트(UAE)와 바레인은 전쟁 발발 전인 2020년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고 사우디아라비아도 이스라엘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