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진 칼럼] ‘빚더미 한전’ 분산발전이 돌파구

입력 2024-10-07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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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X재단 이사장

만성적자에 획기적 시장개혁 절실
적자타개·탄소감축 동시에 꾀해야
전력독점 풀고 민간개방 확대하길

얼마 전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기, 가스 등 에너지값을 올려 에너지 소비를 억제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 전력 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 가장 싼 편이다. 독일과는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OECD 평균과 비교해도 절반 정도다. 요금이 저렴하면 당연히 전력 소비에 부담이 적을 수밖에 없다. 특히 산업용 전력을 저렴하게 공급하며 경쟁력을 강화해 온 측면도 없지 않지만, 지구촌 모두가 기후 위기에 적극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요금을 올려 수요를 억제하고 한전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당연히 추진해야 할 일이다.

현재 한전의 재무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한전의 자구노력에 의존하기에는 외부요인이 너무 크다. 2022년 기준 구입 전력 단가는 162.5원/kWh인데, 판매단가는 120.5원/kWh에 불과해 지속적인 역마진 상태로 있다. 에너지의 93%를 수입하는 우리나라의 현실과 맞지 않는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 이는 지난 정부가 표를 의식하여 적자 요인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회피하고 전력 요금을 동결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그 결과 현재 한전의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적자는 47조 원에 달하고 이로 인한 재무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전이 뼈를 깎는 구조조정 노력을 다했는지에 대한 아쉬움이 남기도 하지만 어찌 되었든 이 적자는 훗날 국민이 떠안아야 할 몫이다. 그러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나선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단순히 요금 인상만으로 적자를 보전하기보다는 혁신적인 시장 개혁을 통해 요금 인상에 따른 국민 부담을 줄이고 시장 활성화 및 기후 위기 대응과 같은 다양한 효과를 동시에 이뤄낼 수 있는 포괄적 대책으로 접근하길 바란다. 그중 하나는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전력 시장의 30% 정도를 과감하게 민간에 개방하는 것이다. 2021년부터 직접 전력 거래(PPA: Power Purchase Agreement)를 시행하여 신재생에너지 사업자와 기업 간의 직접 전력 거래가 가능해지긴 했지만, 제도적 미비로 확산이 더딘 상태다.

한전이 발전(생산), 송배전, 소매 중 발전을 제외한 모든 부분을 독점하고 있는 상태에서 경직된 시장 접근이 확산을 방해한다고 생각한다. 국가 안보 등을 고려하면 전체 전력 사용의 70% 정도를 한전이 관리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전력 수요 급증으로 인한 전력망 증설 문제 등 한전이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가 많은 데도 독점적 지위만 고집한다면 요금 인상만으로는 정상화하기 힘들 것이다.

신재생에너지원을 중심으로 지붕, 유휴지 등을 활용하여 전력을 생산하고 이를 인근 지역의 수요처에 바로 공급하는 민간 분산발전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신재생에너지가 확대되어 탄소 감축 및 기후위기 대응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분산발전 사업자가 늘어난다면 한전의 전력 요금이 인상될수록 국민들에게 선택지를 다양하게 제공하고, 기술 경쟁에 따른 수익성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한전과 함께 대체전력을 공급하는 민간사업자를 육성하여 선의의 경쟁 구도를 만들어 품질 및 가격 안정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분산발전시스템은 발전 시설뿐만 아니라 송배전, 전력 관리,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다양한 기술이 적용되는 일종의 솔루션 사업이므로 우리나라가 아주 잘 할 수 있는 분야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이러한 분산에너지통합발전소(VPP) 시장은 연평균 24% 성장하면서 2029년까지 약 39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 시장을 선점한다는 차원에서도 이와 같은 분산발전의 확대는 매우 바람직한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130년 남짓의 짧은 전력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고의 전력 품질을 자랑한다. 전력망 손실률도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훌륭한 기술을 신재생에너지원 또는 소형 원자력 발전 등과 같은 신기술을 접목한 저탄소 분산 발전시스템으로 승화시켜 해외 시장에 적극적으로 보급하여 기후위기 대응에 앞장선다면 지구적 선을 추구함과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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