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의학상 받은 ‘miRNA’ 난치병·암 치료 임상현장 적용 기대감

입력 2024-10-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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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팜·넥스턴바이오 등 연구 활발…“보조 바이오마커로서 가능성”

▲빅터 앰브로스(Victor Ambros) 미국 매사추세츠 의대(UMASS) 교수(왼쪽)와 게리 러브컨(Gary Ruvkun) 하버드 의대 교수가 7일 미국 보스턴에 있는 UMASS 프레지던트 클럽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AFP)

마이크로 RNA(miRNA)를 발견한 미국 생물학자 빅터 앰브로스와 게리 러브컨이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으면서 해당 기술에 대한 높아지고 있다. miRNA를 암 진단 및 난치병 치료 분야에 접목해 임상 현장에서 활용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전망이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과 의료기관에서는 miRNA를 활용한 진단 기술과 신약 연구가 한창이다. miRNA는 핵산을 이루는 단위체 뉴클레오타이드 22개로 구성된 작은 RNA로,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메신저RNA(mRNA)와 결합해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선택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물질이다.

앞서 7일(현지시간)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노벨위원회는 2024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분자 생물학자인 빅터 앰브로스(Victor Ambros) 미국 매사추세츠 의대 교수와 게리 러브컨(Gary Ruvkun) 하버드 의대 교수를 선정했다.

노벨위원회는 “암을 포함한 난치병을 고칠 수 있는 차세대 치료제의 비밀 열쇠로 여겨지는 miRNA를 발견해 인류가 난치병 정복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데 기여했기에 노벨 의학상을 시상한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유전자는 세포의 증식과 분화, 면역반응, 노화와 질병 등에 관여하는 정보가 담겨 있다. miRNA를 활용해 유전자 발현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되면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는 난치병과 유전 질환 치료를 시도할 수 있으며, 항노화 기술도 현실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miRNA를 활용한 신약 개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SK바이오팜은 miRNA 기술을 접목한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22년부터 뇌질환 치료제 개발 업체인 바이오오케스트라와 협력을 체결하고 공동연구개발(R&D)을 진행 중이다.

넥스턴바이오가 지분 50%를 보유한 자회사 로스비보 테라퓨틱스(RosVivo Therapeutics)는 miRNA를 활용한 당뇨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이 회사는 2021년 노보노디스크와 miRNA 기반 당뇨병 치료제 후보물질 ‘RSVI-301/302’ 공동 개발 및 기술 수출을 위한 기밀유지협약(CDA)을 체결한 바 있다.

암 진단 분야에서도 miRNA를 활용한 제품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 클리노믹스는 누리바이오와 지난해 miRNA 기반 암 조기진단 기술을 연구 중이다. 누리바이오의 유전자 분석 플랫폼 기술 ‘프로머(Promer)’를 활용해 소량의 혈액에서 miRNA를 탐색하고, 클리노믹스의 바이오인포매틱스(BI)기술로 암을 진단하는 방식이다. 회사가 집중하고 있는 진단 분야는 폐암, 췌장암, 대장암 등 3개 암종이다.

▲miRNA가 mRNA와 결합해 유전자 발현에 관여하는 원리. miRNA 기술은 인간의 발달, 생리 과정, 암을 비롯한 질병 연구 분야에 획기적인 발견으로 꼽힌다. (사진제공=노벨 생리의학위원회(The Nobel Committee for Physiology or Medicine))

학계에서도 국내 miRNA 연구자들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김빛내리 기초과학연구원(IBS) RNA연구단 단장은 지난해 miRNA) 생성과 RNA 치료제의 중요한 핵심 단백질인 ‘다이서’의 3차원 구조를 초저온전자현미경(cryo-EM) 기술을 활용해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김 단장은 2016년에는 miRNA 생성에 관여하는 ‘드로셔’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세계 최초 규명하는 등 국내외에서 RNA 연구 권위자로 꼽히고 있다.

김경미 삼성서울병원 맞춤진단연구센터장(병리과 교수)은 “miRNA가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후 해당 분야를 연구하여 임상에 적용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라며 “아직 임상적으로 이를 활용한 치료제 등이 적용된 사례는 없지만, 보조 바이오마커로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실제로 삼성서울병원이 2018년에 발표한 위암 관련 연구에 따르면, 조기 위암에서만 132개의 miRNA가 확인됐다”라며 “miRNA가 임상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아직 전 세계 연구자들이 연구 중인 단계이며, 병을 더욱 세밀하게 진단하고 치료하는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내다봤다.

한편 노벨위원회는 지난해에도 RNA 연구자들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한 바 있다. 지난해 수상자인 카탈린 커리코(Katalin Karikó) 바이오엔테크 수석 부사장과 드류 와이즈만(Drew Weissman)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교수는 mRNA가 면역 체계와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에 대한 그간의 이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획기적 발견을 이뤄내,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효과적인 백신을 개발하는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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