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발표후 7거래일간 매도 상위권 점령
‘PBR보다 ROE’…‘저평가 선호’ 기관 외면
‘中 전기차 관세 반사이익’ 이차전지 뭉칫돈
기관투자자가 코리아 밸류업 지수 편입 종목을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각종 호재가 기대되는 이차전지 관련주를 쓸어 담는 모습이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밸류업 지수가 발표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8일까지 기관은 삼성전자를 3789억 원어치 팔았다. 이 기간 순매도 규모 1위다. 두 번째로 많이 매도한 종목은 SK하이닉스(-1572억 원)였다.
이 밖에도 고려아연(-1445억 원), 셀트리온(-625억 원), LG이노텍(-490억 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426억 원) 등이 순매도 상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종목은 모두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성공에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점 찍은 기관이 밸류업 지수를 향한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은 1차 밸류업 지수 편입 종목 선정 기준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여전히 품고 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고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배당주 등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시장의 관측과는 달리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밸류업 지수의 핵심 기준으로 설정됐기 때문이다. 이에 고평가주가 밸류업 지수에 대거 편입되며 통상 PBR이 낮은 저평가주를 선호하는 기관으로서는 투자 유인이 적어졌다는 평가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수는 ‘정성적 판단이 개입되지 않은 정량적이고 형평성을 갖춘 것’이어야 하지만 ‘밸류업이 잘 안되는 한국 기업들 각종 단점’은 정량적인 것만으로 설명하기 매우 힘든 영역”이라며 “기업 개별 지배구조와 중장기 전략 고려가 부재했고 실적이 일시적으로 양호했던 기업도 기술적으로 편입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기관은 밸류업 지수 종목으로부터 뺀 자금을 이차전지 종목에 넣고 있다. 순매수 1위를 기록한 LG에너지솔루션(728억 원)을 비롯해 에코프로비엠(269억 원), 엘앤에프(252억 원), 에코프로비엠(202억 원), 포스코퓨처엠(187억 원) 등에 기관의 뭉칫돈이 몰렸다.
중국 전기차 관세 부과에 따른 반사이익 등을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유럽연합은 중국산 전기차에 향후 5년간 최대 35.3%포인트(p)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11월 미국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친환경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되는 점도 이차전지주로서는 호재다.
대장주 LG에너지솔루션의 3분기 호실적, 메르세데스-벤츠 계열사와의 수조 원대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 소식도 업계 전망을 밝히는 요소로 작용했다. 글로벌 수요 부진에 상반기 내리막길을 걷던 이차전지 관련주가 반등할 가능성을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한국 기업들의 미국향 출하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유럽의 부진이 이를 모두 상쇄시키며 전체 출하량은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며 “유럽 내 한국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 감소세가 최근 관세 부과로 다소 완화되고 미국의 고성장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시그널이 확인될 경우, 2025년 매출 성장세 회복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