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정밀도 3만5000원으로 인상
영풍 “재무구조 악화 초래”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자사주ㆍ영풍정밀 공개매수가를 상향하면서 경영권 방어를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11일 고려아연은 이날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공개매수가를 기존 83만 원에서 89만 원으로 정정했다. 최대 매수 물량도 기존 18%에서 20%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취득 예정금액은 기존 2조6635억 원에서 3조2245억 원으로 늘어났다.
이날은 고려아연이 이달 23일 종료되는 자사주 공개매수 기간을 늘리지 않고 조건을 변경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에서 취득한 주식 전량을 소각할 방침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번 의결사항은 시장 상황과 금융당국의 우려를 경청하고 이사회에서 거듭된 고민과 토론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법원의 판결에 따라 진행되는 이번 자사주 공개매수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뒤 이른 시일 내에 회사를 정상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경영권 분쟁의 핵심 승부처인 영풍정밀의 공개매수가도 인상했다.
최 고려아연 회장 측의 특수목적법인(SPC) 제리코파트너스는 이날 영풍정밀 공개매수가를 기존 3만 원에서 3만5000원으로 정정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주당 3만 원에 영풍정밀 지분을 공개매수한다고 밝혔는데 이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이다.
고려아연ㆍ영풍정밀 공개매수가 인상은 영풍ㆍMBK파트너스 측과 벌여온 공개매수 경쟁에서 쐐기를 박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영풍 측의 공개매수는 14일에 마무리돼 비교적 빠르게 대금 정산이 가능하고 세금 부담도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최 회장이 6만 원 높은 가격을 제시했기 때문에 주주들이 더욱 쉽게 청약에 응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최 회장 측이 보유한 지분에 현대차, LG화학, 한화 등 우호적인 재계 인사들이 보유한 주식을 더한 우호 지분은 약 36.2%로 추정되며, 영풍과 장형진 영풍 고문 일가가 가진 지분은 33.1% 수준이다. 양측의 지분 차이는 불과 3.1%에 지나지 않아, 이번 공개매수전에서 주주들이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경영권 향방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더는 공개매수가를 인상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영풍ㆍMBK파트너스는 이사회의 결정이 고려아연에 돌이킬 수 없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영풍 관계자는 “주당 83만 원 이상의 가격 경쟁은 고려아연의 재무구조에 부담을 주게 돼,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를 떨어뜨리고 글로벌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고려아연의 주주들에게는 재무적으로 그리고 수익적으로 더 나빠진 회사가 남겨지게 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조사를 지시한 만큼 금융당국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어 양측의 마지막 ‘정당성’ 대결이 어떻게 마무리될지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