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연 iM라이프 부장 "최연소 여성 타이틀, 후배에게 '가능성' 되길" [금융 유리천장 뚫은 여성리더⑮]

입력 2024-10-14 05:00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확 바뀐 회사…최연소 女부장으로 승진
0→33.3% 여성 부서장 4년 만에 급증
출산·육아에도 新 회계 대응 '선봉장'
"재밌게 일하고 선택과 집중해야"

‘여풍(女風)’, ‘우먼파워(Woman Power)’. 사회에 진출한 여성들의 활약상을 일컫는 말이다. 전통적으로 남성들만의 분야로 여겨온 여성 금기 분야에 진출한 여성이나 리더십을 지닌 여성 지도자의 사회적 영향력을 지칭할 때 사용한다. 대표적인 업권이 금융업이다. ‘방탄유리’라 불릴 정도로 보수적인 금융권에서 ‘최초’ ‘1호’ 타이틀을 단 여성 임원과 부서장 등 여성 인재의 활약으로 견고했던 틀이 서서히 깨지고 있다. 본지는 남성 위주의 조직문화가 강한 금융권에서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유리천장을 깬 여성 리더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성공 과정과 2030 여성 금융인 후배들에게 전하는 솔직 담백한 조언을 담고자 한다.

iM라이프생명은 36년의 긴 업력을 쌓았지만 4년 전만 해도 여성 부서장이 전무했다. 보수적인 금융업 중에서도 유리천장이 두껍기로 유명한 보험업계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2020년 김성한 대표가 취임하면서 완전히 바뀌었다. 조직문화 전반을 쇄신하면서 기존 보험업계에 깊숙이 자리하던 남성 중심 문화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 결과 전체 부서장 24명 중 8명(33.3%)은 여성이다. 이를 두고 김 대표는 혁신이라는 단어 대신 ‘그저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강소연 iM라이프 계리부 부장도 김 대표의 공정한 인사 철학 덕분에 1982년생의 젊은 나이에 최연소 부장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특히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보험업계에서 ‘계리’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해당 부서에 여성 중용은 회사 내에서도 대담한 도전이었다.

"여성 임원·부서장 확대, 회사의 변화와 지원이 열쇠"

강 부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보험업계에서 여성 임원이 부족한 주요 원인으로 사회적 인식과 경력 단절을 꼽았다. 그는 “(보험업)주변에서 여성 임원과 최고경영자(CEO)를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보수적인 업계 분위기와 함께 출산과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되는 경우가 많아 여성들이 임원으로 성장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된다”고 했다.

강 부장도 일과 가정을 병행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수 많은 고비가 있었지만 자신만의 경쟁력과 회사의 지원으로 부장의 자리에 올랐다고 했다. 그는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회사 내부의 공정한 인사제도와 양성평등 문화를 실현하려는 경영진의 의지가 큰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강 부장은 여성 부서장 여덟명 중 한 명인 동시에 iM라이프에서 가장 젊은 부서장이다. 그는 “IM라이프생명은 직원들의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을 중시하며,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가 잘 갖춰져 있다”며 “덕분에 저는 결혼과 출산 후에도 경력을 지속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iM라이프는 육아휴직 제도나 유연근무제 뿐만 아니라 한 달에 한 번 두 시간 일찍 퇴근할 수 있는 ‘패밀리데이’도 마련돼있다.

또 “김 대표가 여성 직원과 더 많은 소통을 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임직원의 워라밸에도 관심이 많다”며 “인재 육성과 교육에 열려있고 공정한 인사 정책이라는 확고한 경영 신조를 갖고 있는 덕분에 단기간 큰 변화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최연소’와 ‘여성 부장’이라는 타이틀로 인한 부담감과 책임감도 느낀다고 했다. 그는 “누군가의 롤모델이라기엔 아직 확신이 없다”면서도 “처음으로 가능성의 문을 열어준 사례다. 이렇게 출산하고 와서 다시 같은 경력으로 업무 연속성을 확보한 뒤 승진한 경우다보니, 출산을 경험한 직원들에게 조금 더 의미 있는 일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모습이 후배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나 타 부서 간의 관계까지도 깊게 생각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강소연 iM라이프 계리부 부장이 10일 서울 중구 iM금융센터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업무는 즐기면서 효율적으로…소통에 대한 고민도"

한 회사에서 장기간 근속하면서 일의 의미와 재미를 찾기 위해 노력한 것도 현재의 자리에 오르는 데 도움이 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방향성, 금리와의 관계를 수학적으로 풀어내고 수치가 딱 맞게 떨어졌을 때 재미를 느낀다”며 “누구나 업무를 배우고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지만, 업무 과정 안에서 의미를 찾아내려고 노력할수록 결과의 질은 명백히 다르고, 확실히 다른 결과로 본인의 가치가 올라가는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 부장은 현재 다섯살 아이를 키우며 일과 가정을 병행하고 있어 최근에는 일의 효율성도 중요시한다고 했다. 그는 “계리 업무는 회사의 재무적 방향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많은 책임이 따른다”며 “업무 특성상 야근이나 특근이 많은데, 아이를 돌보며 일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유치원 준비물을 몇 번씩 놓쳐서 못 보내고 할 때면 ‘엄마로서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일까’ 자책감이 들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강 부장은 “업무를 수행할 때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최대한의 결과를 도출하려고 노력하고 욕심을 잠시 내려놓고, 주어진 시간 안에 최대한의 결과물을 얻기 위해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하면서 맞춰가고 있다”고 피력했다.

소통에 대한 고민도 지속하고 있다. 계리부가 제시하는 재무 계획에 맞춰 움직여야 하는 부서가 많다 보니 이를 설명하고 때로는 설득하는 과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는 “계리부가 하는 일들을 다른 부서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 설명해야 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면서 “또 여성만이 가지고 있는 부드러우면서도 할 말은 하는 섬세하고, 꼼꼼한 모습을 살리는 소통 방법을 배우게 됐다”며 웃었다.

"계리, 낯설지만 보험의 핵심…IFRS17 도입 후 더욱 중요"

지난해 보험사의 재무제표에 큰 변화를 주는 IFRS17이 도입되면서 보험 상품의 수익성 분석과 리스크 관리가 더욱 중요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계리 부서에 여성 부서장 중용은 파격적인 시도였다.

IFRS17에 대응하기 위한 인사이트를 발굴하기 위한 작업을 꾸준히 이어온 것이 성장 배경이 됐다.

과장 시절 모든 지식과 경험을 집대성해 IFRS17 결산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약 4년간 실시하기도 했다. 그는 “근속 기간 중 가장 길고 규모가 큰 프로젝트였다”고 회상하며 “프로젝트 초기에 임신했음에도 만삭 때까지 완성도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야근도 마다치 않았고, 출산 후 6개월 만에 복귀해 다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IFRS17 도입 이후 현재까지 결산데이터의 신뢰성 확보 등 관련 업무가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힌 강 부장은 최근에는 시스템을 계속 유지보수하고, 부채 산출에 있어 논리의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IFRS17 기준서를 바탕으로 금융감독원에서 안내하는 규준, 실무표준 등을 최대한 완벽히 이해해 회사에 미칠 영향은 최소화하되 논리적 타당성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게 반영한다는 두 가지 대전제를 담보하려고 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강소연 iM라이프 계리부 부장이 10일 서울 중구 iM금융센터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