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물량 총 109GWh…매출 약 13조 원 추산
포드 차세대 전기 상용차 'E-트랜짓'에 탑재될 듯
LG에너지솔루션이 포드에 대규모 전기 상용차용 배터리를 공급한다.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는 포드의 차세대 전기 상용차 모델인 'E-트랜짓'에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LG에너지솔루션은 포드와 총 109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전기 상용차 배터리 셀ㆍ모듈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에서 전량 생산해 납품할 예정이다.
양사는 2027년부터 2032년까지 총 75GWh를,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총 34GWh를 공급하는 내용의 계약 2건을 맺었다. 계약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공급 물량과 배터리 셀 가격 등을 고려하면 약 13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공급 계약에는 지난해 양사가 추진했던 튀르키예 배터리 합작법인 공급 물량과 신규 수주 물량 등이 포함됐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과 포드, 튀르키예 기업 코치는 2026년 양산을 목표로 연 25GWh 규모의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향후 생산 규모를 45GWh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기차 캐즘(Chasmㆍ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완성차 업체들의 전동화 전략이 수정 또는 축소되면서 지난해 11월 합작 투자가 무산됐다. 대신 LG에너지솔루션 생산공장에서 물량을 공급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포드와의 대규모 배터리 공급 계약을 통해 수주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고, 폴란드 공장의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포드에 공급하는 배터리는 고성능 삼원계 파우치형 배터리로, 포드의 차세대 전기 상용차 모델인 'E-트랜짓'에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트랜짓은 포드의 대표 상용차 모델로, 특히 유럽에서 인기가 높다. 지난해 기준 유럽 상용차 시장 상위 3개 모델 중 2개가 트랜짓 모델이다.
전기 상용차는 전기 승용차보다 대당 배터리 탑재량이 많아 수익성이 높다. 또 평균 운행 거리가 길고, 눈이나 비 등 극한 환경에서 운행하는 경우가 많아 상용차 업체들은 ‘고출력ㆍ장수명’의 프리미엄 배터리를 선호한다.
특히 유럽의 전기 상용차 시장은 성장세가 가파르다. 글로벌 자동차 전문 리서치 업체 LMC 오토모티브(LMC Automotive)에 따르면 유럽 전기 상용차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약 36%로, 2030년에는 전기 상용차 침투율이 50%를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전기 상용차 시장은 수익성이 높으나 승용차보다 훨씬 더 높은 사양을 요구해 업계에서도 섣불리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이라며 "이번 계약은 LG에너지솔루션의 제품이 고객의 높은 요구 조건을 만족할 수 있는 성능과 품질 경쟁력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양사는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에서 생산하던 포드 '머스탱 마하-E' 배터리를 2025년 안에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미시간 공장에서 생산하는 데 합의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제 혜택 등 북미 시장 환경을 적극 활용해 사업 효율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 사장은 "포드와의 이번 계약은 전기 상용차 시장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의 높은 기술 경쟁력과 혁신적인 제품 경쟁력을 증명한 사례"라며 "탄탄한 현지 생산능력을 적극 활용해 유럽 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공고히 하고,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 상용차 시장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1월 일본 상용차 기업 이스즈 모터스(ISUZU)와 원통형 셀ㆍ모듈ㆍ팩 종합 솔루션 공급 계약을 맺었고, 4월에는 미국 FEPS과 19GWh 규모의 상용차용 배터리 공급 합의서를 체결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폴란드 배터리 팩 제조ㆍ판매 기업 ICPT와 전기 상용차용 배터리 모듈을 공급하는 데 합의한 바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유럽 상용차 시장 1위 기업 포드가 대표적인 상용차 전동화 모델인 'E-트랜짓'을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한 파트너로 LG에너지솔루션을 선정한 것은 의미가 깊다"며 "포드의 까다로운 기준과 가격 경쟁력, 성능은 물론 4~6년간 109GWh에 달하는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글로벌 생산능력을 갖춘 배터리 업체는 업계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유일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