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점수 500점 이하' 대출 가능한
저축은행 3곳, 카드사는 1곳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풍선효과가 우려되는 2금융권의 대출 관리 강화를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인 가운데 서민의 대출절벽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돈을 빌릴 곳이 없는 신용점수 600점 이하의 취약 차주들은 생활자금과 급전 마련을 위해 불법 사금융에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 대출총량 관리라는 목표에 매몰된 기계적인 접근에 자칫 저신용자 등의 생계형 대출까지 필요 이상으로 옥죄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15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날 보험·저축은행·상호금융·여전업계 및 협회 실무자들을 불러 2금융권 가계부채 점검 회의를 열었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수요가 2금융권으로 몰리면 현재 50%인 2금융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한도를 40%인 1금융권과 유사한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 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2금융권 대출을 급격하게 조이면 저신용 서민층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저신용자의 저축은행 대출 길은 이미 막힌 상태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신용점수 500점 이하 차주에게 대출을 내준 저축은행은 웰컴·세람·스타저축은행 3곳뿐이다. 지난해 초 9곳이었지만 현재 3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상품 수로 보면 현재 해당 신용점수 구간의 차주가 이용할 수 있는 대출상품은 4개에 그쳤다.
서민들의 급전창구인 카드론 문턱도 높아졌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전업카드사 중 500점 이하 차주에게 카드론을 내준 카드사는 KB국민카드가 유일했다. 이마저도 평균 금리가 법정 최고금리(20%)에 육박한 19.90%다.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가 주춤하면서 금융당국이 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에 대응하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면 카드론 등 급전 창구가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2금융권의 상품 금리는 이미 높은 상태라 은행권처럼 계속해서 금리를 높일 여력이 없다”며 “대출 대상을 줄여 조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저축은행, 카드사 등 제도권 금융사 밖으로 밀려나는 차주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자 불법 사금융으로 눈을 돌린 저신용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서민금융연구원 분석 결과 지난해 개인신용평점 하위 10%의 저신용자가 대부업에서 불법 사금융으로 이동한 인원이 약 4만8000~8만3000명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3만9000~7만1000명) 대비 1만 여명 정도 증가한 수치다.
불법 사금융으로 인한 피해 상담·신고도 올해 들어 급증하면서 5년 새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1~5월 금감원의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센터에 상담·신고된 불법 사금융 피해 건수는 전년 대비 9.58% 늘어난 6232건으로 집계됐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가계대출을 이유로 주택시장, 대출시장을 인위적으로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과도한 개입이 이뤄질 경우 시장을 왜곡시켜 서민들이 불법 사채 시장으로 내몰리는 등 부작용을 심화시킬 수 있어 시장경제에 맡겨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