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의 ‘디자인 서울’ 구상이 도시 미관 개선에서 산업 기반 조성으로 확장된다. 1기 시정 때인 2007년 개념도 생소한 ‘도시 디자인’을 처음 제시한 후 지난해 ‘디자인서울 2.0’을 통해 도시 경관의 경쟁력을 끌어 올렸다. 이제는 디자인산업을 본격적으로 키워 서울의 경제를 견인하는 대표 주자로 만들고, 서울도 글로벌 선도도시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16일 서울시는 ‘서울 디자인산업 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5년간 1723억 원을 투입해 디자인산업을 서울의 미래 먹거리로 키운다는 게 골자다. ‘디자인서울 1.0’(2007), ‘디자인서울 2.0’(2023)에 이은 또 하나의 디자인 시리즈인 셈이다.
시는 오 시장 재임 당시인 2007년 전국 최초로 디자인전담기구를 만들고 디자이노믹스 등 '디자인서울 1.0'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2010년 세계디자인수도(WDC)와 유네스코 디자인 창의도시로 선정됐다.
2022년 8월엔 서울시 디자인정책을 총괄하는 디자인정책관을 신설하고, '디자인서울 2.0'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이번 계획은 관련 산업에 초점을 맞춰 경제효과 창출 극대화를 꾀한다. 최인규 서울시 디자인정책관은 “소프트파워 인프라 산업인 디자인은 제조업과 서비스업 부가가치 창출의 핵심 원천이자 투자 대비 매출 효과가 높은 특징을 가졌다”며 “디자인 서울 2.0이 공공 디자인 전반에 걸친 큰 그림이었다면 이번엔 산업에 대한 기본계획으로 더 세분화하고 전문화됐다”고 차이를 설명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디자인산업의 경제적 가치는 2012년 69 조원에서 2022년 178조 원으로 2.5배 증가했다.
이번 5개년 기본계획의 핵심은 ‘인재 양성’, ‘강소기업 육성’, ‘네트워크 강화’로 요약된다. 이를 위해 10개 전략·27개 사업을 운영, 4089억 원의 생산 유발과 2346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시는 내다봤다.
◇인재 양성
우선 최고급 강사진이 포진한 온·오프라인 디자인전문 교육 플랫폼 ‘서울형 디자인 스쿨’을 운영한다. 신진·경력 디자이너 역량을 맞춤형으로 강화해 현장형 인재를 배출한다는 목표다. 최 디자인정책관은 “기업들은 숙련된 인력 채용이 힘든 반면 디자이너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 우수한 기업에 취업이 이뤄지지 않는 미스매칭이 발생하고 있다”며 “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인력을 양성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강소기업 육성
현재 한국 디자인산업 경쟁력은 세계 4위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 심화가 두드러진다. 서울시 디자인 활용업체 매출액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92%에 달한다. 2023년 기준 대기업 매출액이 1조1424억 원인데 반해 중견 790억 원, 중소 20억 원에 불과했다. 서울의 디자인 관련 전문업체 수가 1만165개에 이르지만 평균 매출액 4억 원, 직원 수 2.48명일 정도로 열악한 수준이다.
이는 해외에서 강소 디자인기업들이 큰 활약을 하는 것과도 대조된다. 영국 펜타그램은 크라이슬러·롤스로이스를 클라이언트로 연 매출 2620억 원을 달성하고 있다. 애플·마이크로소프트 브랜딩 디자인을 맡은 미국 아이디오도 연 매출이 410억 원에 이른다.
서울시는 영세 기업들이 사업 초기 자본 부족으로 겪는 어려움을 해소해 주기 위해 국내 최초로 ‘디자인기업 안심보험’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최 디자인정책관은 “규모가 작은 기업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신제품 개발에서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보험료의 30%를 서울시가 부담하는 방식의 보험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해당 보험은 시제품 개발에 실패했을 때 최대 60%를 보장한다.
◇네트워크 강화
제조기술에 디자인을 입히면 새로운 서비스 영역이 탄생한다. 반려동물 간식 배급기, 편두통 치료기 연동 앱 등이 그 예다. 서울시는 중소 제조·기술업체와 디자인업체 연계에 22억 원을 투입해 460개 협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서울디자인위크’를 국제 비즈니스 장으로 키워 세계적 네트워크 구축에도 공을 들인다. 최 디자인정책관은 “해외 기업들을 보면 세계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공동 마케팅을 하고 있다”며 “이는 굉장한 장점으로 서울도 디자인산업 관련 해외의 전문가 집단과 계속 연결을 추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