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가격과 물량 부족이 점유율 확대 걸림돌
양사의 중고차 시장 진입으로 시장 정화 효과
내년 점유율 제한 규제 풀리면 사업 확대 전망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인증중고차 시장 진출 1년을 맞았다. 양사가 중고차 시장을 잠식할 것이란 초기 우려와 달리 실제 영향은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현대차·기아의 시장 진입 후 허위·미끼 매물이 사라지는 등 시장 정화 효과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24일, 기아는 내달 1일부로 국내 인증중고차 시장에 진출한 지 1년이 된다. 양사는 지난해 10월 24일, 11월 1일 차례로 중고차 매입과 판매에 나섰다.
현대차와 기아가 인증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당시 시장을 독식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그러나 비교적 높은 가격과 물량 부족 등으로 인해 중고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크게 높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기존 중소매매업자와의 상생을 위해 올해 4월까지 점유율을 2.9%, 내년 4월까지 4.1%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 기아 역시 올해 4월까지는 2.1%, 내년 4월까지는 2.9%로 점유율 제한을 뒀다. 하지만 해당 점유율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는 게 중고차 업계의 평가다.
현대차와 기아는 중고차 판매 실적을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현대차는 올해 초 사업을 시작한 이후 100일 동안 1555대를 팔았다고 공개한 바 있다. 지난해 판매 목표였던 5000대는 달성하지 못했다. 올해에는 1만5000대를 판매 목표로 제시했으나 물량 부족으로 인해 이 역시 달성은 힘들 전망이다.
이날 기준 현대차 인증중고차 애플리케이션에 등록된 중고차는 총 836대다. 브랜드별로 현대차가 409대, 제네시스가 427대를 판매하고 있다. 기아 인증중고차 애플리케이션에서는 534대를 판매 중이다.
매입 조건을 까다롭게 둔 만큼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최초등록일 기준 8년, 총 주행거리 12만㎞ 미만의 무사고 차량만 매입하고 있다. 기아는 5년, 10만㎞ 이내의 차량만 매입한다. 270여 항목에 걸친 정밀진단도 통과해야 한다.
중고차 업계에서는 현대차와 기아가 자사 중고차 가격 방어를 위해 시장에 진출한 목적도 있다고 본다. 중고차 가격을 높게 유지할수록 중고차보다는 신차를 구매할 요인이 커지기 때문이다. 수익성을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닌 만큼 사업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실상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한다는 것’이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는 기존 중고차 업체들과는 달리 신차 보상 판매 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수 있으므로 매입 측면에서 더 유리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며 “만약 판매 가격을 낮춘다면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 텐데 중고차를 팔아서 수익을 내기보다는 중고차 가격 방어에 목적이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현대차·기아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서 전반적인 시장 정화가 있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과거 중고차 시장은 품질 낮은 제품이 유통되는 대표적인 ‘레몬마켓’의 사례로 꼽혔으나 완성차 업체와 경쟁하기 위해 영세업체들도 품질과 서비스를 높이는 노력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존 중고차 시장은 정보 비대칭성이 크고 허위·미끼 매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등 신뢰도가 매우 낮은 시장이었다”며 “그러나 현대차·기아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한 이후 중소매매업체들도 허위 매물을 없애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기아는 물량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내년 4월 이후 점유율 제한 규제 등이 풀리게 되면 사업 규모를 점차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앞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물량을 확보해 나갈 것이다. 점유율 제한 규제 등이 풀리게 되면 수요 역시 그만큼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중고차 시장을 신뢰할 수 있는 시장으로 이끌어가는 촉매제 역할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