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p차 압승 부산 금정 선거 영향
친한 박정훈 ‘명태균 방지법’ 발의
野도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 제출
10·16 재보궐선거에서 보수 텃밭 지키기에 성공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쇄신’에 나섰다. 초점은 여권을 뒤흔드는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에 맞춰졌다.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여론조사 기관을 영구 퇴출하는 내용의 ‘명태균 방지법’이 대표 발의한 데 이어 김 여사에 3대 해법을 요구하며 사실상 “칼을 빼들었다”는 평가다.
한 대표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관련 일들로 모든 정치 이슈가 덮이는 게 반복되면서 우리 정부의 개혁 추진들이 국민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며 “야당의 무리한 정치공세도 있지만, 그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걱정과 우려를 이번에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한 대표는 대통령실을 향해 인적 쇄신과 김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을 요구했다. 또 김 여사를 향해 “제기되는 의혹들에 솔직하게 설명하고,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필요한 절차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는 지난 대선 때 허위 경력 논란으로 기자회견을 한 것처럼 김 여사가 직접 해명에 나서야 한다는 뜻으로도 해석됐다.
이날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김 여사에 무혐의 처분을 내린 데 대해서도 한 대표는 “외부에서 수사기록을 다 알 수 없으니 판단하기 어렵다”면서도 “검찰의 설명이 국민이 납득하실 수 있을 정도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국민 눈높이’를 강조했다. 이어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켜드릴 수 있는 조치를 신속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 내부에선 이번 선거로 한 대표의 기세가 상승세를 탔다는 분위기다. 친한(친한동훈)계 인사는 “부산 금정에서 20%포인트 넘는 차로 압승하면서 전남 영광에서 10%포인트(p) 차로 진보당을 따돌린 이재명 대표보다 유리해졌다”며 “이제부터 한 대표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고 했다.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에서 윤일현 국민의힘 후보는 61.03%를 얻어 김경지 민주당 후보(38.96%)를 크게 앞섰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CBS라디오에서 “한동훈 대표 주장대로 가야 한다는 것이 적어도 지지층들 사이에선 확고하게 자리 잡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친한계 박정훈 의원은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여론조사 기관을 영구 퇴출하게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이른바 ‘명태균 방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상으론 여론조사 기관이 관련 범죄를 저지르면 해당 기관은 등록이 취소되고 1년간 재등록이 제한된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앞선 비공개 사전 회의에선 명태균 씨에 대한 제보 등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당이 정치브로커와 기회주의자들에게 조롱당하고 휘둘리고 있다”며 “이런 행태를 국민 앞에 낱낱이 밝히고 뿌리를 뽑자”고 했다.
덩달아 분주해진 건 더불어민주당이다. 민주당은 명 씨 관련 의혹 등을 추가해 수사 대상을 13개로 확대한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했다.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특검법을 준비하는 어제오늘 사이에도 계속 의혹들이 불거져 수사 대상을 계속 추가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이번 특검법을 국정감사 이후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본격적으로 윤 대통령과 회동을 앞둔 한 대표 압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 의원은 CBS라디오에 나와 한 대표를 향해 “(윤 대통령에게) 가서 최소한 김건희 특검, 채상병 특검을 받아와야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이어 “(국민의힘과) 전략적으로 ‘김건희 특검’ 하나만 갖고 협상을 시도하면 어떨까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