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공개매수 일정 고려해 이르면 21일 결정
지난달 13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시작한 이후 벌어지고 있는 치열한 경영권 분쟁이 약 40일째 진행되고 있다. 21일로 예상되는 법원의 고려아연 측 자사주 공개매수 금지 2차 가처분 결정이 이번 분쟁의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법원의 판단이 7.83%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의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과 최영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적법성을 놓고 법원의 2차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MBK·영풍 측이 제기한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하면 고려아연의 자사주 확보는 어려워져 지분 싸움에서 MBK·영풍 측이 우위를 점하게 된다. 고려아연의 배임 소지, 임의적립금 사용 가능 여부가 이번 가처분 결정의 핵심 쟁점이다.
법원의 결정은 고려아연 공개매수 일정 고려해 이르면 21일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김상훈) 심리로 18일 열린 가처분 신청 심문에서 양측은 다시 충돌했다.
MBK·영풍 측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권 사수를 위한 배임 행위라고 주장한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는 최 회장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모든 주주의 희생으로 적립한 이익금을 공개매수에 사용하는 것은 배임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최 회장 측은 MBK·영풍 측의 경영권 확보 시도 자체가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규정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자사주 공개매수는 기업 가치와 전체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항변한다.
법원은 지난 2일 MBK·영풍 측의 1차 가처분 신청은 기각했다. 그러나 2차에서는 임의적립금의 사용 가능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해, 섣부른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다.
배당가능이익에 6조 원의 임의적립금 포함이 정당한지에 따라 주주 이익 훼손 여부가 달려 있다. 정당하지 않다는 판단이면, 고려아연 측의 자사주 매입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법원이 판단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7.8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 3월 고려아연의 정기주총에서 상정된 17건의 안건에 모두 찬성하며, 현 경영진에 힘을 실어줬던 국민연금은 아직 원칙론만 밝혔다.
김태현 이사장은 18일 국회 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결권 행사 여부에 대한 질의에 “국민연금이 장기적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21일 예정된 법원의 판단이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국민연금도 법원의 2차 가처분 결정 판단을 고려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민감한 사안에 대한 국민연금의 결정이 대부분 다수결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 이번에는 어떤 결정을 내릴지 쉽게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현재 영풍·MBK 연합은 공개매수로 고려아연 지분 5.34%를 얻어 38.47%를 확보했다. 반면 고려아연은 최윤범 회장 측이 보유한 33.9%에 베인캐피탈이 확보할 수 있는 최대목표수량 2.5%와 처분 가능한 기보유 자사주 1.4%를 모두 더하면 최대 37.89%의 지분율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아연이 공개매수를 통해 얻은 자사주를 소각한다면 전체 주식이 줄어들면서 양측의 지분은 40%대로 올라가게 된다. 확실한 승자가 없는 만큼 7.83%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