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반 득표 후보 없어 11월 3일 결선투표 진행
EU 가입 찬반 국민투표 ‘반대’ 52%에 달해...여론조사와 정반대
인구 300만 명 동유럽 국가 몰도바에서 20일(현지시간)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대이변이 연출됐다. 친서방·친러시아 노선 후보 간 대결 구도였던 대선에서 ‘친러’ 후보가 약진했다. 유럽연합(EU) 가입을 헌법에 전략적 목표로 명시하는 것에 대한 찬반 국민투표에서는 ‘반대’ 의견이 절반을 넘긴 것으로 추산됐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몰도바 선거관리위원회는 개표가 92% 진행된 상황에서 친서방 후보인 마이아 산두 현 대통령이 38% 득표율로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위는 전직 검찰총장으로 친러시아 진영의 대표 주자인 알렉산드르 스토야노글로 후보가 28%로 추격했다.
친러 스토야노글로의 예상 밖 선전에 산두 대통령의 득표율이 50%를 넘지 못해 두 사람이 11월 3일 결선 투표까지 가게 됐다. 몰도바에서는 대선에서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득표율 1, 2위 후보가 결선 투표를 해야 한다.
몰도바는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친서방과 친러 진영이 번갈아가며 정권을 잡았다. 산두 현 대통령은 2020년 집권했으며 이듬해 집권당 행동과연대(PAS)가 의회 다수당 지위까지 차지하며 정치적 영향력을 공고히 했다. 이를 토대로 산두 정부는 2030년까지 EU 가입을 목표로 서방과의 관계 강화를 모색해왔으며,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 러시아를 강력히 비판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이 여의치 않게 되면서 물가가 치솟았고, 현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날로 거세졌다. 이 여파가 친러 성향의 스토야노글로 후보의 선전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에 따르면 여론조사 기관 CBS-AXA의 조사 당시만 해도 집권당 PAS의 산두 후보는 35.8%, 사회주의당의 스토야노글로 후보는 9%의 지지율을 기록했었다.
이날 진행된 EU 가입 찬반 국민투표도 여론 조사와 정반대의 결과로 이어졌다. 현재 개표 결과 ‘반대’ 지지율도 52%에 달하며, 찬성은 47%에 그쳤다. 이는 EU 가입 지지율이 55.1%였던 CBS-AXA의 여론조사와 정반대 결과다.
산두 현 대통령 측은 결선투표 가능성이 점쳐지자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21일 새벽 기자회견을 열고 “몰도바 국익에 반하는 외국 세력과 협력해 30만 표를 매수하려는 한 범죄 집단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있다”면서 “전례 없는 내정 간섭”이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몰도바 경찰은 대선을 앞두고 러시아로 망명한 친러 사업가 일란 쇼르가 최소 13만 명의 유권자에게 뇌물을 주고 EU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에 ‘반대’표를, 친러 후보를 투표하라고 사주했다는 혐의로 기소했다. 쇼르는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