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영풍 공개매수 종료날 급락에
고려아연 “특정 증권사 대량 매도”
개인이 시세조종 불가능…평균매도가 비슷
고려아연 공개매수 과정에서 시세조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경영권 분쟁의 또 다른 불씨가 되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당일 가장 많이 내다 판 개인투자자의 경우 대형주의 시세를 조작하는 것은 불가능한 데다 내부통제 시스템상으로도 이같은 주장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의 공개매수 마지막 날인 14일 고려아연 주가는 최고 82만 원까지 올랐다가 급락해 77만9000원까지 내렸다. 이후 79만3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고려아연 측은 누군가 MBK·영풍 측에 유리하게 비정상 거래를 꾸민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이날 MBK·영풍 연합은 주당 83만 원에, 고려아연 측은 이보다 비싼 89만 원에 자사주 매입을 진행하고 있었다. 특정 증권사 창구에서 많은 매도 물량이 쏟아진 것을 두고 주가 조작 혐의가 의심된다는 게 고려아연 측의 주장이다. 고려아연은 17일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내고 관련 조사를 요청했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시세조종이라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날 고려아연을 가장 많이 순매도한 주체는 개인으로 약 658억 원을 팔아치웠다. 뒤이어 연기금 등이 약 150억 원, 보험과 투신이 약 100억 원을 매도했다. 기관 등이 아닌 개인투자자가 시가총액 17조 원의 대형주에 속하는 종목의 주가를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날 주요 증권사 창구별로 고려아연의 순매도량은 △미래에셋증권 1만5663주 △한국투자증권 1만3150주 △삼성증권 1만1930주 △NH투자증권 7432주 △신한금융투자 5402주 등이었다.
또 당일 고려아연의 평균매도가 역시 △한국투자증권 80만4189원 △신한금융투자 80만3837원 △삼성증권 80만2447원 △NH투자증권 80만2098원 △미래에셋증권 80만1710원 등으로 비슷하다. 특정 증권사가 당일 고려아연의 최고가(82만 원)에서 주가 하락을 유도했다면 평균매도가가 튀게 높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국거래소 공시에 따르면 당일 투자주의나 투자경고, 투자위험종목에도 고려아연이 지정되지 않았다. 해당 공시들은 투기적이거나 불공정거래의 개연성이 있는 종목,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종목 등을 거래소가 지정해 공표하는 항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공개매수 기간동안 IB사업부 및 운용사업부 등 유관 부서에 공개매수 주식에 대한 거래 제한을 걸어 두는 등 강한 컴플라이언스 규정을 갖추고 있는 만큼 시세조종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공개매수 마지막날 주가 하락은 개미들의 공포심이 반영돼 일반적인 조정 과정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