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중심으로 인증 획득 진행…올해 52개 기업
삼성전자, 인터넷진흥원 IoT 보안 인증 평가 중
의무 아닌 자율…“보안 약한 중국 기업과 차별화”
본격적인 인공지능(AI) 가전 시대가 열리며 보안 문제가 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최근 미국에서 중국산 로봇청소기가 해킹으로 사생활 침해 등 논란이 불거지면서 AI 가전 시대 보안 문제의 심각성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특히 국내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에 중국산 로봇청소기가 시장 점유율을 급격하게 끌어올렸고, 다른 가전제품들의 공세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기존에 문제가 됐던 사생활 유출은 물론 AI로 편리한 가전 활용을 하는 대신 로그인 등 개인정보 입력이 필요한 만큼 해킹과 정보 유출의 위험성까지 더해진 양상이다.
더 큰 문제는 국제적으로 문제가 불거진 보안 문제를 강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AI 가전 시대에 맞는 보안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은 2018년부터 사물인터넷(IoT) 보안 인증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IoT와 AI 시장 규모가 확대되면서 보안으로 인한 위협을 막기 위해 보안 인증 기준을 세우고, 시험을 통해 인증서를 발급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제도를 활용해 인증받은 기업이 그동안 일부 중소기업에 국한돼 있다는 점이다.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이 제도를 통해 국내 대기업은 물론 중국 가전제품 회사들이 인증을 받은 사례는 아직 없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인증을 획득한 제품은 각각 4건, 24건, 21건, 73건, 83건, 82건이다. 올해는 8월 기준 52개 기업이 인증을 신청해 51건의 인증이 이뤄졌다. 모두 중소기업 제품이다.
대기업 중에서는 최근 삼성전자가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가전 보안 인증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인증 평가를 통과하면 국내 대기업 가운데 최초가 된다.
물론 삼성전자나 LG전자는 각종 국제 인증이나 강화된 보안 프로그램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시장을 넓히고 있는 수입 가전제품의 경우 여전히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특히 최근 시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중국산에 대한 우려가 크다.
최근 외신 등을 통해 중국 가전 보안 문제가 심각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소비자들의 불안도 커지는 상황이다.
현재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은 중국 브랜드 ‘로보락’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21년 280억 원이던 로보락의 매출은 2023년 약 2000억 원으로 뛰었다.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35.5%로 증가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세계 로봇청소기 출하량은 511만7000대다. 전년 동기 대비 15.7% 늘었다. 출하량 상위 10위권 업체 중 미국 아이로봇(2위)를 제외한 나머지 9곳이 중국계 기업이다. 1위 로보락을 비롯해 에코백스, 샤오미, 드리미 등 중국 주요 로봇청소기 업체들이 이름을 올렸다.
물론 아직 국내에서는 중국 제품의 보안 사고나 이슈가 알려진 것은 크게 없다. 중국 기업들도 보안에 딱히 신경 쓰는 분위기도 아니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해외 기업도 한국인터넷진흥원의 IoT 보안 인증을 신청할 수 있지만 의무조항은 아니다”며 “기술적 문제도 있고, 이를 의무화하면 WTO(세계무역기구) 제소 우려 등도 있어 강화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가전의 AI, IoT 기능이 더욱 고도화되고 복잡해지면서 일단 문제가 터지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급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우중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보안을 크게 강조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우리 기업들이 보안 인증을 강화해 (시장에서) 차별화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