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불가리아 대형원전을 수주하며 15년 만에 해외 원전 사업 재개의 포문을 열었다.
현대건설은 4일(현지시각) 불가리아 소피아에 있는 국무회의 청사에서 불가리아 원자력공사와 코즐로두이 원자력 발전소 신규 건설공사의 설계 계약(ESC)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번 사업을 수행한다.
코즐로두이 원자력 발전소 신규 건설공사는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로부터 북쪽으로 약 200km 떨어진 코즐로두이 원전 단지에 대형원전 2기를 추가 건설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올해 1단계 설계에 착수하고 2단계인 EPC(설계·조달·시공) 본계약은 내년 말쯤 체결할 예정이다. 준공은 2035년으로 계획돼 있다.
불가리아 전력 생산의 3분의 1을 담당하는 코즐로두이 원전은 1974년 상업운전이 시작된 불가리아 최초의 원자력발전소다. 노후된 1~4호기는 폐쇄됐고 러시아에서 개발한 가압경수로형 모델인 5·6호기가 가동 중이다. 이번에 건설한 7·8호기는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노형이 적용된다.
이번 1단계에서 현대건설은 BOP와 사업지 인프라 설계, 인허가 지원 등을 담당하며 공사 기간은 사업 착수일로부터 12개월이다. BOP는 에너지를 전달하는 데 필요한 원자력 발전소의 모든 지원 구성 요소와 보조시스템을 의미한다.
현대건설은 올해 2월 입찰에 참여한 기업 중 유일하게 까다로운 사전요건을 모두 충족하며 입찰자격심사(PQ)를 단독으로 통과했다. 이후 윤영준 사장이 루멘 라데프 불가리아 대통령, 제1·2당 총재 등 고위 인사들과 면담을 진행하고 현지 원전·건설업계를 포함한 관련 기관을 대상으로 '현대건설 원전 로드쇼 2024'를 개최하는 등 불가리아 현지 네트워크 강화 및 협력 방안 구체화를 위한 활동을 이어왔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2009년 UAE 바라카 원전에 이어 두 번째로 세계 원전 역사에 남을 초대형 프로젝트를 맡게 됐다"며 "코즐로두이 대형원전을 성공적으로 건설해 유럽 전역에 원전 건설 영향력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