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사각지대 찾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 위한 국가 차원의 기술 보호는 더욱 철저해야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만드는 원료라고 할 수 있는 보툴리눔균은 생물무기 금지협약에 의해 국가 간 이동이 금지되며 ‘국가핵심기술’이자 전략물자로 지정돼 있다. 정부당국은 보툴리눔 톡신 생산 기술과 균주를 국가핵심기술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 관련 업계에서 관심을 두고 있다.
5일 제약·바이오업계 등에 따르면 글로벌 톡신 시장은 매해 10% 가까운 성장을 거듭해 2032년 25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 생산 실적은 3년 전 2000억 원 초반에서 지난해 5000억 원 이상 규모로 성장하며 수출 효자 품목으로 외형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성형 수술보다 간단하고 저렴한 가격의 시술로 남녀 모두에게 대중화된 보툴리눔 톡신 시술은 주름 개선을 위한 미용 목적으로 널리 쓰이며 매해 성장하고 있다.
보툴리눔균은 단 1g만으로 100만 명 이상을 살상할 수 있는 맹독성 화학물질이지만 아주 극미한 양의 독성만을 이용해 현재는 우리가 흔히 보톡스라고 말하는 시술로 미용에 널리 쓰이게 됐다.
보툴리눔 톡신을 상용화할 수 있는 균주를 확보하고 개발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세계적으로도 이를 상업화한 업체는 한국을 제외하면 미국·프랑스·독일·중국의 5개사에 불과한 독과점 시장이다. 글로벌 업체 중 그 어느 곳도 균주를 자체적으로 발견해서 상업화하지는 않았으며, 상업화할 수 있는 균주를 자연에서 발견하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인 만큼 글로벌 업체들도 미국·영국 등의 연구 기관에서 들여온 균주를 상업화했다.
하지만 국내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국내에서는 다수 기업이 상업화할 수 있는 균주의 자체 발견에 성공하며, 생산화에 나서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보툴리눔 톡신 허가를 획득했거나 추진 중인 기업만 총 17개사에 달한다. 정부는 이 같은 중요성을 인지하고,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고 보호하기 위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그 결과, 한국은 세계 시장에서 보툴리눔 톡신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중이다.
최근 톡신 업체들은 한국제약바이오협회를 통해 수출 과정 등에서의 불편함 등을 호소하며,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를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는 7일 보툴리눔 톡신 균주와 독소 제제 생산기술을 국가핵심기술에서 제외하는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무분별한 규제 완화는 산업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업계관계자는 “보툴리눔 톡신 분야가 한국 바이오를 대표하는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국가 차원의 보호와 관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당장 매출 조금 늘리자고 무분별하게 해외로 유출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근시안적 시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 간에도 보툴리눔 균주 도용을 놓고 법적 공방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젠 해외 시장에도 대놓고 넘기라는 소리와 마찬가지”라면서 “국가핵심기술 해제 요청이 마치 업계 전체의 목소리인 것처럼 협회가 나서서 추진하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의약품 수출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가 국가 수출의 한 축을 담당하며, 매해 전 세계 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반도체 분야가 국가 주도의 기술 보호 덕분에 성장한 것처럼 톡신 분야도 국가의 관리 테두리 안에서 수출 등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간소화할 필요성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