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담화 하는건 좋지만...' 與, 불안한 시선

입력 2024-11-05 15:35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韓 “국민눈높이 맞는 담화 돼야”
尹담화 논란 키워와...당내 우려
당 투톱 기싸움 촉매제 관측도

▲한동훈(오른쪽) 국민의힘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생 입법과제 점검 당정 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애초 이달 말로 예정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을 앞당겨 열기로 했지만, 국민의힘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윤 대통령이 명태균 씨 관련 사태와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에 얼마나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을지에 대한 기대감이 낮은 탓이다.

5일 한동훈 대표는 윤 대통령의 담화를 두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담화가 되길 기대하고,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담화에서 빠지면 안 되는 내용이 있느냐’, ‘대통령실이 김 여사가 외교 일정을 제외하고 공개 활동을 하지 않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충분하다고 보나’ 등의 질문에도 “국민 눈높이에 맞아야 한다”는 답을 반복했다.

그간 윤 대통령의 담화는 논란을 잠재우기보다 키우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총선 직전인 4월 1일 의료대란에 대한 대국민 담화다. 윤 대통령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고집하자 여론의 반감이 커졌고 국민의힘은 참패했다.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도 채상병 사건 특검 수용 요구에 대해 경찰과 공수처의 수사 결과가 나온 뒤 납득이 되지 않으면 자신이 특검을 주장하겠다고 해 실망을 안겼다.

친윤(친윤석열)계 재선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출국 전에 기자회견을 열기로 한 것은 좋은 일이지만, 문제는 내용"이라며 "4월 담화처럼 실망하는 내용이면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과는 당연히 해야 한다. 사과에도 유감 표명부터 여러 종류의 수위가 있겠지만, 이번에는 전향적으로 해야 한다”며 “당일 발표 내용에 따라 특별감찰관을 추천할지 등 다음 당의 행동이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친한(친한동훈)계 인사들은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해명을 촉구했다.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 부부와 명태균 씨 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없다”며 “당사자인 대통령께서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고, 사과의 필요성이 있으면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혁 최고위원도 “(윤 대통령이) 자화자찬적인 메시지는 하시면 안 된다”며 “진솔한 사과가 필요하다. (명태균씨와 통화 녹음 내용이)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지 않냐는 얘기를 국민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담화 내용과는 별개로 이날 또다시 당정갈등이 떠올랐다. 추경호 원내대표가 4일 윤 대통령을 직접 만나 담화 일정을 당겨 달라고 건의했다고 밝히면서다. 그는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에게) 가급적 국민과 소통의 기회를 일찍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며 “대통령이 고심하다가 어젯밤 7일 담화 겸 기자회견을 하는 걸로 최종 결심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한동훈 대표는 사전에 두 사람의 회동 사실과 대국민 담화 일정을 알지 못했다. 이른바 ‘당대표 패싱론’이 일자 한 대표는 “만약 당 대표가 아니라 원내대표가 (당의) 중심이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고 잘못된 발언”이라며 발끈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김여사 관련 3대 요구안을 들고 온 한 대표와 면담한 직후, 추 원내대표를 따로 불러 당 상황을 논의했다. 당시 한 대표의 요구는 거절했었다.

이번 담화가 당정갈등을 앞당기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담화 직후 있을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에 앞서 당내 투톱이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의미에서다. 당내에선 계파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속한 국민의힘 시·도지사협의회는 3일 “패권싸움으로 비춰지고 있는 분열과 갈등의 모습에서 벗어나 당 단합에 역량을 집중하라”고 했고, 3선 의원들도 4일 비공개 간담회에서 당정이 분열하지 않고 단합해야 한다는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