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출시 이후 1년 이내 국내 출시된 신약 5% 불과…약가 제도 개선 필요”

입력 2024-11-06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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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반영한 건강보험 의약품 정책 방향 수립

▲유승래 동덕여대 약학대학 교수가 6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관에서 열린 ‘2024 프레스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글로벌에 최초로 출시된 이후 1년 이내 한국에 출시된 신약의 비율이 5%에 불과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18%인 것과 비교하면 환자의 신약 접근성이 매우 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승래 동덕여대 약학대학 교수는 6일 서울 서초구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관에서 열린 ‘2024 프레스 세미나’에서 국내 보험 약가 정책을 점검하고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과거 국내 약가제도는 외국의 약가나 상황을 위주로 반영됐다. 의약분업 등 제도개편과 맞물려 진료비 대비 약품비 비중이 2001년 23.5%에서 2006년 29.4%로 증가하면서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논의했다. 2007년 선별등재방식(Positive List)이 도입되며 약가를 지정하는 방식이 산정·협상 등으로 나뉘게 됐으며 총 진료비 대비 약품비 비율은 2022년 기준 23.3%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신약 약가 협상은 △대체 가능약제 여부 △외국 약가 △특허만료 예정일시 △재정 수준 △후속 신약 도입 가능성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 기존 약물을 대체하는 약제를 개발할 때 보험당국은 인하된 대체약제 가중평균가를 참조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국내 제약기업이 R&D 진행과정에서 예상한 약가와 큰 편차가 발생하게 된다.

유 교수는 “대체약제가 존재하지 않는 질환군 또는 기존 대체약제 대비 효과가 월등히 개선도니 신약(First-In Class)을 개발하는 건 국내 제약업계에서 단기간 달성하기 힘든 현실”이라며 “동아ST의 항생제 ‘시벡스트로’는 미국과 유럽에 진출했지만 낮은 약가 등의 이유로 국내 시장에 출시되지 않았다. R&D에 착수할 때와 상업화 시점 사이 간극이 발생한 것으로 업계와 당국 간 입장 차가 큰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글로벌 최초 출시 후 1년 이내 출시된 신약 비율이 78%에 달하지만, 한국은 5%에 불과하다.

유 교수는 “도입률, 등재 기간 산출 등과 관련해 업계와 보험 당국의 입장 차가 있기 때문이다. 급여나 사용환경에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국내사 신약이 해외에만 발매되기도 한다. 또 해외 오리지널 신약이 국내에서 상업화를 포기해 국내 제네릭이 선 등재되는 사례도 있다. 이렇게 되면 환자 접근성이 떨어지게 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낮은 약가로 인해 채산성이 떨어지다 보니 국가필수의약품의 공급이 중단되는 사례도 지속 보고되고 있다. 2023년 12월 기준 국가필수의약품 448종 중 수입에 의존하는 의약품이 89종으로 약 19.9%를 차지한다. 수입 의존도가 높을수록 공급 불안정성이 상승한다. 희귀필수의약품센터 자료에 따르면 2020~2022년 3개년 간 공급이 중단된 의약품의 약 30%가 ‘채산성’ 문제로 공급이 중단됐다. 필수의약품뿐만 아니라 일반·만성 질환에서도 품절 발생 대비 모니터링과 약가제도 운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유 교수는 “환자 접근성, 재정 효율화, 혁신산업 생태계 등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반영한 건강보험 의약품 정책 방향 수립이 필요하다”면서 “약가에 대한 규제가 강해지면 R&D도 영향받는다. 지난해 국내 제조 신약 5개와 수입 신약 32개 등 총 37개 신약이 허가됐지만 국내 개발 신약은 0건이었다. 합리적인 약가 산정을 통해 상업화와 R&D가 선순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도 보건산업 진흥정책과 약가정책 사이의 부정합이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노 회장은 “정부가 다양한 바이오산업 육성전략을 수립해 발표한 바 있고, 총리실 산하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에 이어 대통령 직속 국가바이오위원회도 만들어 산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면서도 “보건산업진흥정책이 약가정책과 부정합하는 산업계 현실에 투명성과 미래 예측성이 모두 떨어져 어려움이 상존하고 있다. 업계는 여러 위기와 어려움을 극복해나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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