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한국장류기술연구회 회장이자 전북대 명예교수가 "장 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UNESCO)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건 그 안에 담긴 정신을 높게 평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먼저 우리는 장류를 만들 때 집단이 참여하는데, 여러 사람이 같이 참여함으로써 공동의식을 함양하게 된다. 또 바로 먹지 않고 기다려야 하는데 이는 현대 사회에 필요한 기다림의 여유를 보여준다"며 "그리고 장은 만들어서 혼자 먹지 않고 여러 사람과 나눠 먹는 나눔의 정신이 있다. 이런 정신문화를 바탕으로 여지껏 승계되고 유지된 점을 유네스코가 높이 평가해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장이라는 건 일본, 중국뿐만 아니라 동남아에서도 하고 있는 보편적인 문화"라며 "하지만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만 인류문화유산으로 지정하는 건 장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정신과 문화를 높이 평가한 것이다. 그래서 유형이 아닌 무형문화재로 등록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록에 따르면 장은 예전부터 우리 민족이 먹어온 음식이다. 신 회장은 "신라 신문왕 3년, 지금으로 하면 683년의 기록을 보면 임금이 왕비한테 보낸 폐백 목록에 장류가 들어가 있다"며 "신붓집에 보내는 폐백에 장류가 있었다는 건 이미 일반인들한테 전부 장류가 보급됐다는 얘기"라고 장의 역사를 간단하게 소개했다.
우리나라 장의 특징에 대한 질문에 신 회장은 "먼저 순수한 콩으로 메주를 만든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다른 나라에도 있기는 하지만 콩만 쓰는 건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며 "오래 묵은 간장을 조금씩 남겨 계속 쓰는 씨간장도 독특한 특징이다. 이를 겹장 혹은 덧장이라고 하는데 제가 본 가장 오래된 씨간장은 200년을 묵혔다"고 답했다.
하지만 주거 형태가 바뀌며 장 담그기 문화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신 회장은 "지금 우리가 주로 사는 아파트는 장류를 만들 수 있는 조건이 안 된다"며 "장류는 햇빛을 이용해 천연 발효를 시켜야 하는데 아파트 생활에서는 그런 조건들을 유지할 수가 없다"고 아쉬워했다.
앞서 5일 유네스코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보호 정부간 위원회(무형유산위원회) 산하 평가기구는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를 심사해 '등재 권고' 판정을 내렸다. 최종 등재 여부는 다음 달 2~7일 파라과이에서 열리는 제19차 무형유산위원회 논의를 거쳐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