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이어 기업도 돈 빌리기 어려워진다

입력 2024-11-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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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이어 기업대출도 '얼음' 조짐
5대 은행, 한 달 새 기업대출 0.58%↑
연체ㆍ주주환원율 관리에 지속 힘들어
연말 '스트레스완충자본제도'도 걸림돌

(자료제공=각 사 실적발표자료)

가계대출에 이어 기업대출도 얼어붙을 전망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주문에 은행들이 기업대출로 활로 모색에 나섰지만, 중소기업대출을 중심으로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은행들이 우량 기업에 한해서만 돈을 내주기로 하면서 기업들의 돈줄도 마를 가능성이 커졌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기업대출 잔액은 이달 4일 기준 827조7519억 원이다. 전월 동기 823조119억 원보다 0.58%(4조7400억 원) 늘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잔액은 729조8899억 원에서 732조7360억 원으로 0.39%(2조8461억 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가계대출이 막히자 은행권이 기업대출 영업 확대를 꾀한 결과다. 실제 당국의 압박에 은행들은 7월부터 일제히 주담대 등 가계대출 금리를 인상했다. 최근 우리·신한·IBK기업은행 등 일부 은행은 비대면 대출 창구까지 닫았다. 연초 은행권이 금융당국에 제출한 가계대출 목표치를 과도하게 초과하는 경우, 내년 전체 여신 운용 목표 규모가 쪼그라드는 등 페널티를 받을 수 있어 과감한 조치에 나선 것이다. 대신 여신 전략을 틀어 가계대출에서 줄어든 수익을 기업대출로 만회했다.

문제는 중기대출 확대가 건전성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점이다. 5대 은행의 중기대출 연체율은 9월 말 기준 0.39~0.81%로, 1년 전(0.3~0.51%)과 비교했을 때 상하단이 모두 상승했다. 이중 A 은행은 이달 4일 기준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0.88%까지 치솟았다.

추가적인 연체율 상승도 예견된다. 상대적으로 부실 위험이 큰 중기대출 잔액 증가 폭이 대기업대출 잔액보다 큰 탓이다. 이들 은행의 중기대출 잔액은 4일 기준 665조2564억 원으로, 지난달 4일(661조3922억 원)보다 0.58% 늘었지만, 같은 기간 대기업대출 잔액은 161조6197억 원에서 162조4955억 원으로 0.54% 확대됐다.

은행들은 이미 기업별 차별화 전략에 돌입했다. 하나은행은 올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상반기 내 연간 대출 목표를 조기 달성해 하반기 우량 자산 및 수익성 중심 자산 리밸런싱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수익성과 건전성을 고려해 우량 기업대출 중심으로 선별적 성장을 꾀하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기조는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에 따라 주주환원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분기별로 13% 이상의 그룹 보통주자본비율(CET1) 유지 등의 계획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CET1을 관리하려면 위험가중자산(RWA) 규모를 줄여야 한다.

연말 건전성 제도 정비를 위해 ‘스트레스완충자본’이 도입된다는 점도 은행권이 기업대출 영업에 보수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제도가 도입되면 은행은 위기 상황 분석 결과 CET1 하락 수준에 따라 최대 2.5%p까지 기존 최저자본 규제비율 상향 방식으로 추가자본을 적립해야 한다. 연체 가능성이 큰 중기대출부터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부채의 경우, 당국이 내년에 연간 경영계획뿐 아니라 월별, 분기별 관리를 하겠다는 얘기가 나오는 만큼 (은행이) 적극적인 영업을 할 수 없을 것”이라며 “기업대출 역시 주주환원율과 연체율 등 때문에 우량자산을 중심으로 보수적인 영업을 이어갈 것이라 새로운 파이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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