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일부 내용이 허위로 밝혀지더라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언론사가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심재철 전 국민의힘 의원이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당시 자신이 거짓 자백을 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쓴 한겨레신문과 기자 3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과 기사 삭제를 청구하는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심 전 의원은 한겨레가 2004년과 2005년‧2018년에 주간지와 인터넷 판 등으로 출고한 자신의 학생운동 시절 기사 3건이 허위 사실을 담고 있어 사회적 가치‧평가가 침해되고 있다며 2019년 9월 소송을 냈다.
기사에는 1980년 서울대 총학생회장이던 심 전 의원이 그해 6월 신군부의 조사를 받으면서 구타와 강압에 의해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 지시와 돈을 받았다는 허위 자백을 했고, 1995년 이를 바로잡는 진술서를 썼다는 내용이 담겼다.
심 전 의원은 한겨레와 기자들에게 합계 5000만 원의 손해배상과 기사 삭제를 요구했다.
1심 법원은 기사 내용 전부가 사실에 부합한다며 심 전 의원 측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2심 법원은 기사 내용 일부는 허위라고 인정했다. 심 전 의원이 김 전 대통령의 내란음모 사건 재판과 진술서에서 ‘김 전 대통령으로부터 학생 시위를 위한 자금과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는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다만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들로서는 당시 군사법체계 내에서의 수사와 재판 과정에 관한 사실조사를 위한 객관적 자료에의 접근 가능성에 한계가 있다”며 “원고의 공판기일에서의 진술과 이 사건 진술서의 기재 내용에 대해 어떠한 관점에서 해석할 것인지에 따라 서로 다른 해석의 여지도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심 전 의원이 공인인 점, 소송 제기 전까지 적극적으로 반박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피고들로서는 기사에 적시된 사실적 주장들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타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판시했다.
기사 삭제 요구 역시 “각 기사의 작성‧게재 행위가 위법함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청구는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봤다.
심 전 의원이 불복했으나 대법원 또한 “원심 판단에 허위 사실의 적시, 명예훼손에서 위법성 조각 사유 등에 관한 법리 오해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