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며 미국의 인공지능(AI) 산업의 규제가 완화할 거란 기대감이 나온다. 규제 완화에 더불어 세금 감면 등으로 인한 미국 빅테크의 AI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며 미국을 중심으로 한 AI 제국주의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7일 정보기술(IT) 업계 안팎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실리콘밸리 등의 기술기업에게 보다 유리한 AI 개발 환경을 구성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확대하는 AI 행정명령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AI 산업 지원 확대를 위해 규제를 완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트럼프는 재 집권 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30일 서명한 AI 행정명령을 철회할 것으로 언급했다. 지난 트럼프 정부 시기인 2019년 2월에는 미국 중심의 AI 산업 성장을 지원하는 행정명령을 공표한 바 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이 서명한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 개발 및 사용에 관한 행정명령’(Executive Order 14110)’은 AI 개발과 사업 추진 과정에서 기업이 성능보다 ‘사용자 안전’을 중요시하고, 개발 과정을 투명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생성 AI의 급진적인 발전으로 인한 환각, 가짜뉴스 등과 같은 문제를 막고 기업이 윤리적인 AI를 개발하고 사업을 추진해 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의 ‘AI 국가안보각서’의 일부 정책은 유효할 거란 관측도 있다. 해당 각서는 AI를 국가 안보의 우선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수출 통제를 강조하는 트럼프 정부의 기조와 들어맞으면서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AI, 애플 등 미국의 빅테크들의 AI 사업에 활력이 더욱 불어 넣어질 거란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이 법인세를 최대 15%까지 인하하고 금리를 낮추겠다는 공약을 내걸면서 세금 부담이 덜어진 빅테크들은 AI에 더 많은 투자를 진행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또 트럼프 당선인은 유럽연합(EU)을 비롯한 경쟁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서비스세(DST)’ 부과에 강력하게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 미국의 빅테크 AI 사업 등을 견제하기 위해 이들에게 매출에 기반한 디지털세 부과에 나서자 과거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기업에 대한 부당한 세금으로 판단하고 이에 대한 보복 관세 부과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AI 제국주의가 심화할 거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국내 AI 기업에게는 먹구름이 드리운다. 트럼프 당선인이 자국 AI 기업들에 유리한 산업 환경을 조성할 것으로 보이면서 한국 기업에게 AI 서비스 시장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아질 수 있어서다. 삼정KPMG는 “(국내 AI 기업들은) 미국 AI 기업과 제휴를 통해 미국 AI 생태계에 진입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장기적인 AI 산업 발전을 위해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혁신 뿐만 아니라 안전성에 대한 조치도 고려해야 할 거란 지적이 나온다. 규제 완화에 따른 산업 지원에만 중점을 두고 AI의 급진적 발전에 따른 위험에 대해 소홀히 할 경우 오히려 산업 발전에 큰 저해가 있을 수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