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함께 추락 때문이라는 분석
내년초 신구권력 갈등 본격화 관측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부터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관계가 ‘해빙기’로 접어들었다. 다만 여권에선 이들의 화해 전선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SBS라디오에서 “한동훈 대표가 많이 달라졌다”며 “당정일체를 강조하고, 얼마 전 대통령 국정 담화에 대해 상당히 높게 평가하면서 ‘당정은 운명공동체다’라는 얘기가 나오는 등 상당히 부드러워졌다는 얘기가 있다”고 했다.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도 “윤 대통령이 특별감찰관 임명을 받아들이면서 당정 갈등이나 당내 계파 갈등은 일단락됐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가 공개적으로 요구했던 특별감찰관 임명, 대통령실 인적 쇄신 등을 받아들이면서 당정이 손을 맞잡았다는 평가다. 함께 떨어지는 당정 지지율도 두 사람이 화해 모드로 전환한 이유로 꼽힌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12일 SBS라디오에서 “대통령이 두려워서라기보다는 반대 방향의 두려움, 이러다 와르르 무너질까봐 (전환한 것)”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당정 관계가 언제까지 순항할지는 알 수 없다는 관측이 상당하다. 차기 대권주자인 한 대표는 ‘미래권력’으로서 윤 대통령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현재 권력’인 윤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차별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 대표 역시 11일 전반기 국정 성과 보고 및 향후 과제 토론회에서 “정권을 재창출하고 무도한 정권의 출현을 막을 수 있는지는 후반전을 어떻게 해내느냐에 달려있다”며 ‘미래권력’으로서의 의지를 드러냈다.
여의도 소식에 정통한 여권 관계자는 “내년 윤 대통령의 임기가 4년 차로 접어들면서부터는 한 대표도, 당도 대통령의 말에 따르지 않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거 집권 여당 대표가 현직 대통령에 각을 세웠던 사례는 많다. 1997년 10월 이회창 신한국당 총재는 15대 대통령 선거를 두 달 앞두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했다. 2007년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였던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했고, 이후 대통합민주신당을 창당했다. 통상 대통령 임기 말에 갈등이 표면화되지만.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저치를 기록하는 데다, 내년에 선거가 없다는 점에서 ‘차별화’ 시점이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강하다.
일각에선 ‘대통령 임기 말 차별화’보다 더 빨리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수면 밑 당내 계파 갈등은 진행 중이라는 관점에서다. 이날도 친윤계 의원들은 한 대표와 친한(친한동훈)계가 윤 대통령 부부를 비방하는 당원 게시판 글을 외면하고 있다며 총공세에 나섰다. 국민의힘 당원으로서 실명 인증 후 사용할 수 있는 당원 게시판에는 11월 4일까지 한 대표와 그의 친척들의 이름을 사용한 당원들이 윤 대통령 부부를 비난하는 글을 1000여건 올렸다.
‘원조 친윤’인 권성동 의원은 채널A 라디오에서 “한 대표 본인이 떳떳하기 위해서라도 이 부분을 빨리 밝히는 것이 맞다”고 한 대표를 압박했고,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원래 한 대표는 뭘 거는 걸 좋아하지 않는가, 이번에 가족이 아니라는 것에 대표직이라도 걸겠냐”고 비꼬았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왜 친윤계에서 한 대표를 공격하는지 모르겠다”며 “이런 걸 보면 언제든 갈등이 터져 나올 수 있다는 불안감은 당내에 여전하다는 생각은 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