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간체이스의 대손충당금 증가 등에 따른 美증시 약세 영향으로 0.33% 하락출발한 코스피지수는 개장 초 일본 증시가 급락하고 외국인과 기관이 관망하면서 1680선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오후 들어 연기금이 적극 매수에 나서고 외국인이 대형 IT주를 사들이면서 상승반전에 성공한 지수는 뒷심을 발휘한 끝에 직전 거래일 대비 9.98p(0.59%) 오른 1711.78p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311억원 순매수)이 이틀째 순매수를 기록했고 개인도 416억원 매수우위를 보였다. 반면 기관은 기금(+1675억원)과 투신(-1709억원)이 엇갈린 행보를 보이며 606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KSP200 선물시장에서 장중 4천계약 이상의 매도우위 스탠스를 보이던 외국인이 29계약 순매수로 마감한 가운데, 이날 프로그램 매매는 차익거래(-1361억원) 위주로 2464억원 매도우위를 나타냈다.
글로벌 달러 강세 여파로 환율은 올랐으나 증시가 상승하면서 상승폭은 제한됐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직전 거래일대비 1.50원 오른 1124.50원으로 마감했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대체로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지수가 1.16% 내린 것을 비롯해 항셍지수(-0.90%), 가권지수(-0.23%) 등이 하락했다. 반면 상하이종합지수는 장 막판 상승에 성공해 0.40% 오름세로 마감했다.
추가 해외수주 기대 원자력株 초강세
외국인과 연기금이 지수를 견인하면서 이들이 선호하는 대형주들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대형주(0.65%)는 지수 상승률을 웃돌았으나 중형주(-0.17%) 소형주(-0.00%)는 되레 하락했다.
터키 원자력 발전 수주 기대감으로 한국전력이 4.68% 급등하며 원자력 테마를 주도했다. 연일 외국인 매물을 기관이 일관되게 받아내고 있는데다 겨울 한파에 따른 하루 전기사용량 급증 소식, 전기세 인상 기대감도 한국전력의 주가 상승을 부재칠했다.
한전기술과 케이아이씨, 보성파워텍, 모건코리아, 우리기술 등이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고 티에스엠텍(13.43%), 한전KPS(10.00%), 두산중공업(7.85%), 비에이치아이(7.73%), 한양이엔지(6.61%), 조광ILI(8.22%), 일진에너지(5.88%), 강원비앤이(4.50%), 비엠티(7.45%) 등 '원자력의 날'이라 불릴 만큼 양시장 원자력 관련주들이 차별적 강세를 연출했다.
원자력주들이 포진해 있는 전기가스(4.10%), 기계(4.08%) 업종의 강세가 단연 돋보였고, 서비스(1.49%), 의료정밀(1.19%), 유통(1.07%), 화학(0.97%), 증권(0.84%), 전기전자(0.77%) 등의 코스피 업종이 강세를 기록했다. 반면 미국 금융주 약세 여파로 보험(-2.27%), 금융(-1.11%) 등은 약세를 나타냈다.
시가총액 상위주들의 경우 삼성전자(0.12%)가 사흘째 오름세를 이어갔고 POSCO(1.01%), 현대중공업(0.23%), LG전자(2.27%), LG화학(3.08%), 현대모비스(2.33%), LG디스플레이(1.86%) 등이 강세를 보였다.
삼성SDI가 GM향 전기차 배터리 공급 기대로 7.52% 급등한 것을 비롯해 두산(5.31%), 삼성전기(3.65%), 호남석유(3.49%), 교보증권(3.38%), STX팬오션(3.38%), 대한전선(3.28%), LG하우시스(3.28%) 등의 상승폭이 컸다.
감자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추락하던 금호산업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 소식과 더불어 존속가치가 청산가치에 비해 크다는 소식에 12.44% 폭등했고, 금호석유도 5.71% 급등해 시선을 끌었다.
반면 KB금융(-2.44%)과 신한지주(-2.33%), 우리금융(보합), SK텔레콤(-1.10%), 하이닉스(-0.77%) 등은 부진했다.
코스닥시장은 개인(+109억원) 주도로 테마주들을 앞장 세워 0.57% 올랐다.
원전 테마주들과 철도, 스마트그리드, 자전거 관련주들이 정부정책 수혜 기대로 두각을 나타냈다.
브라질 고속철 전철사업 수주를 정부가 적극 지원할 것이라는 기대로 대아티아이, 세명전기(이상 상한가), 신원종합개발(7.35%), 삼현철강(5.83%) 등의 철도주들이 무더기 강세를 나타냈다.
스마트그리드 국제 컨퍼런스를 앞두고 비츠로시스(13.03%), 옴니텔(7.95%) 등의 스마트그리드 관련주들이 급등했고, 에이모션(12.10%), 참좋은레져(6.85%), 에스피지(5.54%), 삼천리자전거(3.36%) 등의 자전거주들도 들썩거렸다.
그밖에 헬스케어주 코오롱아이넷, 전자책 테마주 디오텍 등이 상한가에 진입하는 등 각종 테마주들이 선별적인 랠리로 테마의 불씨를 살려갔다.
종목장세 심화..체감지수 싸늘
1700선 줄다리기를 지속하던 코스피시장이 이날은 1700선을 훌쩍 뛰어넘으며 백호년 최고치를 경신했다.
외국인이 홀로 증시 상승을 이끌고 증시가 하락할 때 침묵하는 등 기관 역할론에 시달렸던 연기금이 전고점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대규모 매수에 나섰다는 점이 인상적인 하루였다. 향후 연기금이 매수 기조를 이어가 줄지 주목된다.
이날 1710선 회복은 지난해 9월 전고점 돌파를 위한 베이스 캠프가 될 1700선 고지에의 안착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날 외국인은 장중내내 선물시장에서 매도 스탠스를 유지했고 현물시장에서도 관망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주말 JP모간체이스의 대손 충당금 쇼크 등으로 촉발된 어닝시즌 불안감을 우려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어닝시즌이 지난 주에 막 개막된 상태라 이번주 美 증시는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주요 은행들을 비롯한 기업들의 실적 발표 내용에 따라 일희일비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내부 모멘텀이 부재한 국내증시가 해외증시 눈치를 보지 않고 전고점을 돌파하며 레벨업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4개월만에 1710선을 회복하는 성과를 얻었지만 시가총액 상위주 중심으로 증시가 오르면서 중소형주를 보유한 상당수의 시장 참여자들이 상승장에서 소외됐다.
상승종목수(316)를 크게 압도한 코스피시장의 하락종목수(453)는 이날 투자자들의 체감지수가 어떠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주 초반 美 증시를 우선 지켜보자는 관망심리가 작용하면서 이날 94개 종목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지난 주말 말씀드린 대로 JP모간체이스의 대손충당금 증가는 은행들이 부실자산을 아직 충분히 털어내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금융시스템이 완전히 정상화되지 못하는 이상 경기회복이 더디게 진행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은 분명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그러나 트레이더 관점에서 증시의 상승 내지는 하방경직성을 애써 외면할 필요는 없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씨티그룹 등 금융주들의 4분기 실적발표 결과를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기대치에 못미치더라도 금융주들의 실적 악재가 (증시의 단기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는 있어도) 과거와 같은 '신용 위기' 수준으로 투자심리를 냉각시킬 가능성은 높지 않다.
즉 금융주들의 실적 발표는 변동성 요인일뿐 전체 증시의 추세를 돌려놓는 요인은 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다수의 종목들이 무차별 상승하는 '뜨거운 장세'가 아니라 외국인과 기관이 선택적으로 사들이는 대형주들, 실적 개선주들이 차별적으로 오르고, 개인 선호 정책수혜주들이 선도주를 중심으로 순환 상승하는 등 종목장세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종목을 압축하는 슬림화 전략이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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