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적 문화 반영하되 국내 현지화 노력 '철저'
외식시장에 글로벌 푸드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층이 많은 상권을 중심으로 베트남 쌀국수, 커리, 샌드위치 등 해외 외식 아이템을 내세운 전문점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것. 이같은 글로벌 열풍에 따라 다양한 세계 음식 전문점들이 고객의 입맛 잡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글로벌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국적이고 문화적인 취향을 반영하면서 우리 정서에 맞도록 다양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메뉴와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놓는 것에 그치지 말고 우리 실정에 맞게 현지화 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 독특하면서 부담 없는 맛으로 한국인 공략 성공
아시안 푸드인 베트남 쌀국수, 일본의 라멘, 인도의 커리 등이 외식 시장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독특한 맛을 내면서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일본과 중국음식은 젊은 층의 입맛과 취향을 공략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또 아시아 음식은 동양적인 느낌과 이국적인 맛을 내면서도 느끼하지 않아 크게 거부감을 주지 않는데다 일부 메뉴는 '한국형'으로 변하며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1984년 서울 압구정동에 국내 최초 커리전문점을 열어 정통 커리 맛을 선보인 정통 인도커리전문점 '델리'는 최근 창업 26년 만에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을 시작했다.
특유의 육수에 인도와 미국에서 직접 들여오는 23종의 스파이스와 허브, 갖가지 야채와 과일 그리고 와인으로 맛을 내 정통 커리의 독특한 맛과 향을 그대로 재현해 커리소스를 만들고 여기에 치킨, 새우, 연어, 포크, 비프 등으로 다양한 메뉴를 구성했다.
최청자(67) 델리 대표는 "대부분 커리라고 하면 인스턴트를 떠올리지만 정통 커리는 강황을 비롯한 다양한 향신료를 배합해 맛을 조정하고 숙성을 거친 것으로 맛과 건강 면에서 차이가 난다"며 "젊은층은 물론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커리 요리를 보급하겠다"고 말했다.
베트남쌀국수전문점 '호아빈'은 느끼하지 않은 담백한 맛을 내세워 현재 전국 100여 개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다. 쌀로 만든 국수와 쇠고기 국물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한국 음식과 비슷하지만 특유의 향신료 냄새에 대한 거부감으로 인해 성장이 더뎠던 것이 사실.
이에 육수에 정향, 팔각, 계피 등 11가지 한약재를 가미해 베트남쌀국수 특유의 향신료 맛과 느끼함을 없애고 한국인 입맛에 맞는 담백한 맛을 살렸다.
메뉴는 생안심 쌀국수, 양지 차돌 쌀국수 등을 비롯해 월남쌈, 베트남식 철판구이, 냉쌀국수, 각종 볶음밥 등을 갖추고 있으며 20~30대 젊은 여성에서부터 음주 후 해장을 하기 위해 찾는 중장년층 남성들까지 고객층이 넓다.
박규성(43) 호아빈 사장은 "외래 외식 아이템의 경우 고유의 맛과 멋을 살리면서도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과 기호를 반영해야 한다"며 "특히 아직 국내 소비자들에게 생소한 에스닉 푸드의 경우 이러한 현지화 전략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 '샌드위치' 웰빙 음식으로 제격
최근 등장하고 있는 샌드위치전문점들은 유기농 야채를 사용하거나 호밀, 쌀 등을 빵의 재료로 사용해 건강식 이미지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핫샌드위치 전문점 '퀴즈노스'는 일반적인 샌드위치와 달리 따뜻하고 부드러운 맛이라는 점이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
잡으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고객들은 주문 시 밀빵, 호밀빵, 로즈마리빵 중에서 선택할 수 있고 고기와 야채도 직접 고를 수 있어 20여 가지 다양한 메뉴를 취향에 맞게즐길 수 있다.
주문을 하면 즉석에서 갓 구운 핫 샌드위치를 제공하며 121℃ 온도에서 60초간 굽는 샌드위치 조리 과정을 고객이 직접 볼 수 있다. 커피도 유기농 재료만을 사용한다.
'샌드위치 다이닝 레스토랑'이라는 컨셉트로 패스트푸드점과 레스토랑의 중간 형태를 지향하고 있는 점도 특징. 빵과 고기, 야채 등 재료를 넉넉하게 사용해 샌드위치를 만드는 데다 수프와 샐러드 등을 함께 제공하기 때문에 양으로나 영양으로나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다.
특히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고 최근에는 아침 식사를 제대로 못하는 직장인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퀴즈노스는 미국 콜로라도 덴버에 본사를 두고 국내 프랜차이즈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FC창업코리아 관계자는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웰빙 문화가 정착돼 가치소비가 늘어나면서 해외 외식 메뉴들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며 "특히 호기심이 강하고 해외 경험이 많은 20~30대 젊은층이 수요를 주도하고 있어 외래 메뉴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현지화와 시장 조사를 소홀히 하고 일부 타깃만을 대상으로 해서는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 어렵다"며 "대중화가 가능한지, 국내 시장 환경에 맞는지, 생활환경 및 소득수준에 맞게 적절한 가격이 책정됐는지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