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험정신은 기업 경영인이 가져야 할 도전 정신과 일맥상통"...'희망탐험기금' 교통사고 유자녀 지원
LIG손해보험 구자준 회장이 후원하는 산악인 박영석 대장은 지난 2009년 5월 에베레스트에 코리안 루트를 개발해 산 정상을 밟았다.
코리안 루트는 에베레스트 중에서도 가장 위험하다는 남서벽 코스를 지칭하는 것으로 수직에 가까운 절벽이 2000m나 이어져 마(魔)의 코스로 불린다.
정상을 공략하기에 앞서 구자준 회장은 직접 베이스캠프(5364m)를 찾아가 박 대장을 격려하는 등 일주일간 베이스캠프에 머물면서 대원들과 똑같이 텐트에서 숙식을 했다.
코리안 루트 개발은 '고난' 그 자체였다. 구 회장과 박영석 대장은 이미 2007년과 2008년 두 차례 도전했지만 악천후로 실패했다. 더욱이 2007년에는 대원 두 명을 잃는 불상사를 겪기도 했다. 코리안 루트는 이런 고난과 아픔을 이겨내고 거둔 결실이다.
구자준 회장은 "기업 최고경영자의 가장 중요 덕목은 선구자 정신이라고 본다. 이를 직접 체득하기 위해 이번 원정에 나섰고 코리안 루트 개척에 성공해 보람과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LIG손보 구자준 회장이 탐험 활동을 본격적으로 후원하게 된 것은 1999년의 일이다. 그룹의 계열분리와 함께 LIG손해보험의 전신인 LG화재에 부사장으로 취임하며, 이공계 대학 졸업 후 26년간 종사했던 제조업을 떠나 처음으로 금융업에 입문하게 된 시점이다.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 했었죠. 그러던 차에 산악인 박영석 대장과 오은선 씨를 만나게 됐고 그들로 부터 기업인이 가져야 할 도전정신과 열정,그리고 용기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산악인에 대한 재정적 후원에 그치던 구 회장이 탐험 활동에 직접 참여하게 된 것은 2001년의 일 때문이다. LG화재를 거쳐 2000년도에 럭키생명의 대표이사로 재직하게 됐는데, 당시 럭키생명은 만성적인 경영 악화로 퇴출 위기에 봉착해 있었고, 뭔가 커다란 전기 절실했다.
무기력에 빠져 있던 당시 임직원들에게 필요한 것은 다시 할 수 있다는 의지와 이를 실천할 용기였다. 이때 때마침 박영석 대장이 히말라야 K2봉(8611m)에 오르는데, 구 회장에게 원정대장을 맡아줄 것을 요청해 왔고, 고심 끝에 수락하게 됐다. 그는 이후 오지 탐험가들을 적극 후원했다.
박영석 대장이 처음 K2 원정대장을 제의했을 때, 여느 스포츠와는 달리 사실 많은 고민을 했다. 아내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의 만류 역시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았다. 하지만 2001년 6월 구 회장은 결국 박영석 대장과 함께 K2 원정을 위해 파키스탄으로 향했다.
"그것은 무기력에 빠져 있는 임직원 앞에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솔선수범을 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이자,구 회장 자신의 의지와 한계점을 테스트해 볼 수 있는 다시 못 올 기회였습니다."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 (답설야중거 불수호난행, 금일아행적 수작후인정)
서산대사의 선시(禪詩)이자, 백범 김구 선생이 주로 하던 말로 "눈 내린 들판을 밟아 갈 때에는 모름지기 그 발걸음을 어지러이 하지 말라. 오늘 걷는 나의 발자국은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그는 탐험이 우리에게 제시하는 가장 큰 가치는 바로 '선구자 정신'이라고 말한다.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가 최초로 정복된 건 1953년의 일 이었습니다. 영국인 에드먼드 힐러리 경이 그 주인공입니다. 1953년 이 봉우리가 정복되기까지 사람들은 장장 32년이란 세월을 투자했고, 15명의 귀한 목숨 또한 바쳐야 했습니다. 에베레스트가 해발 8848m의 세계 최고봉으로 확인된 지 100년 만의 일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에베레스트는 여전히 인간의 발길을 좀처럼 쉽게 허락하지 않고 있지만, 일 년에도 수 십 명의 산악인이 에베레스트 정상에 깃발을 꽂고 있고 산은 그대로인데 현재 정상을 정복하는 일이 덜 어려워진 것은 순전히 '루트'가 개척돼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에베레스트에는 총 15개의 루트가 개척돼 있지만, 여전히 가장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있는 루트는 에베레스트 정복의 선구자, 에드먼드 힐러리 경이 정상에 올랐던 바로 그 길이다. 알피니즘에서의 '루트'가 서산대사의 선시에서는 '발자국'으로 표현돼 있습니다."
구 회장은 "기업의 최고 경영인은 눈 덮인 들판에 발자국을 남기는 사람, 험준한 산 봉우리를 오르는 루트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알피니스트의 선구자 정신, 그것은 바로 기업 경영인의 가장 큰 덕목인 리더십의 핵심요소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탐험을 통해 '사회공헌' 실현
구 회장은 탐험을 통해 사회공헌을 실현하고 있기도 하다. 일명 '희망탐험기금'이라 이름 붙여질 자선기금을 만들어 탐험 활동중 직접 오르는 해발 고도 1m 당 1000원을 직접 출연하는 방식으로 조성되며, 조성된 기금은 부모의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생활고를 겪고 있는 교통사고 유자녀에게 장학금으로 전달한다.
에베레스트 코리안 루트 개척시 구 회장이 원정대장으로서 직접 오른 코스는 해발고도 2800m의 '루크라(Lukla)' 지역에서부터 5300m에 위치한 베이스 캠프까지로, 총 2524m의 높이를 올라 250만원의 희망탐험기금을 적립했다.
구 회장은 '희망탐험기금'에 앞서 '희망마라톤기금'을 적립해 오고 있기도 하다. 마라톤 마니아로 잘 알려진 구 회장이 2004년 베를린 마라톤에 참가하면서 부터 달린 거리 1m 당 100원을 출연해 조성하고 있는 것.
구 회장이 완주한 마라톤 경기만 해도 풀코스 9회, 하프코스 20여회에 달해 지금까지 총 4000여 만원의 기금을 직접 모았고, 여기에 임직원의 참여까지 더해져 총 36명 교통사고 유자녀에게 1억여 원의 장학금을 전달해 오고 있다.
LIG손보 구자준 회장은 "탐험활동과 마라톤은 기업 경영인이 반드시 가져야 할 도전 정신과 일맥상통해 지속적인 후원과 더불어 직접 참여해 오고 있다"며 "내가 한계 상황을 극복해낸 만큼 기금이 모아져 더 많은 아이들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하면, 더 큰 힘과 용기가 생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