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부실채권 매각은 '발등의 불끄기'

입력 2010-11-02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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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구 안보이는 PF대출<下>]건설사는 분양가인하·저축銀 증자로 자구책을

금융권과 금융당국이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화를 놓고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은행권이 부실 PF채권을 털어내고 저축은행의 대주주들이 유상증자 등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우선 주택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고 건설사의 유동성 상황이 개선돼야 부동산PF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부동산 PF에 대한‘쏠림현상’이 일어났던 원인, 즉 금융회사의 수익성 개선 방안에 대한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저축은행들이 높은 리스크를 감당하면서까지 부동산 PF에 몰린 이유는 수익성 문제였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 완화도 좋지만 우선 리스크 관리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금융회사에 대한 건전성 감독수준을 강화해 금융회사들이 단기적으로 부실 PF채권을 매각하거나 만기연장, 충당금 적립 등의 방법을 통해 위기상황에 대응하도록 하고 있지만 연말까지 도래하는 PF 만기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향후 부동산 경기의 급등락에 따라 PF대출의 쏠림과 부실화가 반복되는 상황이 재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금융회사들도 과거 프로젝트 평가시 시공사의 신용도 등에 의존하던 관행을 버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PF 해결책 중장기적으로 필요”= 은행권과 저축은행 등 금융권에서는 부동산 PF의 부실이 금융권으로 이전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부실채권을 매각하고 나섰다.

저축은행은 지난 6월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이하 공자위)의 판단에 따라 한국자산관리공사(이하 캠코)를 통해 3조8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매각하기로 했다. 은행권도 민간 배드뱅크인 유암코(연합자산관리)를 통해 올 연말까지 부동산 PF 대출채권을 최대 1조원까지 매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PF사업장이 양재동 복합물류센터 PF처럼 연이어 터진다면 은행권과 저축은행들의 이같은 부실채권 매각은 단순히‘발등의 불 끄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성규 유암코 사장은 지난달 초 기자간담회에서“PF사업장중에서 공사가 진행되지 않은 곳이나 미분양된 곳의 PF 대출채권을 인수할 수 있지만 착공한 뒤 사업이 중단된 부실채권 처리는 쉽지 않다”며“최근 경기침체와 은행권의 연체율 상승을 미뤄본다면 내년 부실채권 물량은 4조원 안팎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공자위가 4조원에 육박하는 규모의 저축은행 PF 부실채권을 매입한 방안도 전체 부동산 PF대출채권의 30%에 불과하다. 부동산 경기에 따라 저축은행의 부실이 다시 늘어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도“금융회사의 개별 문제가 아니라 PF사업장 자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앞으로 일이 터지면 부실 규모가 어느 정도 될지 예측이 불가능하다”며“향후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저축은행의 부실 규모도 다시 눈덩이 처럼 불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 근본적 해결은‘미분양 해소’= 금융권과 건설사의 동반부실이 계속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아파트 미분양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파트 미분양 문제는 공사대금의 선순환을 막고 사업장의 중단과 건설사의 유동성 문제를 일으키고 급기야 사업장과 건설사에 대출을 해준 금융권의 부실로 이어졌다.

지난 6월말 기준으로 악성 미분양이라고 불리는‘준공 후 미분양’주택은 전국적으로 총 5만1196채를 기록, 지난 2월말(5만40채)보다 1156채 늘어났다. 수도권의 6월말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지난달보다 1419채 늘어났으며 지방은 4만5011채로 499채 증가했다.

금융권에서는 미분양 펀드나 미분양 대출 등을 주요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미분양 펀드 등은 미분양 아파트에 투자하는 것으로 건설사의 자금난을 해소시켜 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미분양 펀드 등을 이용해 지방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고 부동산 경기를 회복시키는 것 이외에는 다른 대책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 당국“리스크부터 관리해야”= 금융당국은 금융권에 대해 PF대출을 엄격히 관리하고 PF사업장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공격적인 대손충당금 쌓기 등 금융권의 건전성 관리는 부동산 PF 모범 규준 시행으로 정리됐다고 판단하고 부동산시장이 다시 악화될 것을 대비해 추가 대책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은 특히 은행권의 PF 대출이‘앞으로’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2분기 말 기준으로 은행권의 PF대출 잔액이 43조원대 중반으로 줄어 들었지만, 부동산 시장이 중장기적으로 침체가 계속된다면 손실 쌓기로는 안된다는 말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여러 은행과 건설사, 시행사가 얽힌 PF 사업장이 악화되면 양재동 PF처럼 자산매각, 권리자 관계 등을 어떻게 진행할지 사업장에 대한 워크아웃 플랜이 필요하다”며“특히 건설사 PF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건설업을 지원하기 위한 새로운 개념의 금융상품도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리스크 관리도 좋지만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저축은행은 자산건전성에서 차이가 나는 곳이 많기 때문에 자산건전성이 매우 높은 저축은행은 부동산 PF 등 영업규제를 완화해 주는 등 차별화된 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건전성과 영업 등 양쪽을 모두 막다 보니 저축은행들도 수익성 개선을 위한 방도를 찾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유상증자 등으로 건전성을 확보한다면 건설사는 분양가 인하방안을 병행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또 금융당국도 금융권에 대한 부분적인 금융 규제도 함께 병행하도록 하는 것이 PF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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