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LH, 비상경영체제 100일동안 뭘 했나?

입력 2010-11-25 14:18수정 2010-11-2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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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 월급 깍고, 인력 줄이고, 일요일 판매활동 벌이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자구노력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와 LH에 따르면 지난 8월 16일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LH는 100여일 동안 보유자산매각, 경비 절감, 사업방식 개선 등을 통해 경영정상화 근간을 마련했다.

LH 자구노력에 대한 평가는 허언이 아니다. LH는 이 기간 동안 임직원의 1인 1자산 판매운동 등을 펼쳐 토지·주택 판매를 극대화 시켰다.

LH가 비상경영을 가동한 시간동안 하루평균 토지 매각은 54.5%, 주택판매 23가구(53.5%) 늘었다. 특히 토지수익연계채권, 공공임대주택 ABS 발행 등 자금조달 방식을 다변화한는데 성공해 단기 유동성 문제를 해소하기도 했다.

LH가 이처럼 짧은 시간동안 경영정상화 근간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은 이지송 사장을 비롯한 전 임직원의 전사적 활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임직원의 월급을 깍고 본사 인력을 줄이는가 하면, 휴일에도 미매각 주택과 토지 팜플렛을 들고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장소를 찾아다니며 영업활동을 펼친 덕분이다. 118조에 육박하는 부채를 줄이는 것이 스스로의 노력에 달려 있다는 생각으로 뼈를깍는 고통을 감내하며 얹어낸 값진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자구노력에는 한계가 있는 법. 정부의 지원이 없다면 LH는 시한폭탄을 실고 종착역을 향해 다가가는 기관차와 별반 다를 게 없다. 현재 정부의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LH공사법이 국회 법사위에서 표류되고 있어 LH의 비상경영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태다.

이지송 사장은 “경영정상화의 해법과 길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안에 있다”면서 “LH는 (경영정상화를 위해)할 수 있는 모든것을 다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이어 “늦어도 내년 초 까지는 비상경영체제를 끝내고 경영정상화를 위한 근간을 마무리 지을 생각이다”고 말했다.

◇ 컨트롤 타워로 비상경영대책위원회 가동 = 지난 8월 16일. LH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날이다. 정부의 지원을 기다리는 것보다 자구노력을 실시해 최대한 위기 상황을 줄여나가자는 취지에서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했다. 이지송 사장은 비상경영체제가 가동된 100일동안 매주 일요일 임원과 부서장 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재무위기와 판매부진 등 경영현안을 직접 챙기고 있다. “위기를 겪고 있는 CEO가 휴일을 쉰다면 따라올 직원이 하나도 없다”는 이 사장은 매주 비상경영대책위원회를 열고 재무·판매 현황 등을 수시로 체크하고 있다.

◇ 토지·주택판매와 보상조직을 전문화 = LH는 비상대책으로 토지·주택판매와 보상조직을 전문화시키고 ‘LH 통합판매센터’를 본사 1층에 설치, 전국의 모든 보유자산에 대한 상담과 계약 체결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해 판매업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다.

지역본부내에도 토지·주택판매 T/F팀을 설치해 수요층을 분석하고 타겟 마케팅을 실시하는가 하면, 신규 공급시 투자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실수요자에 집중적인 판촉활동을 벌이고 있다. 판매부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1인1자산 판매운동과 판매알선 캠페인도 전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각 부서 및 지역본부별로 휴일마다 지하철역과 터미널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공공장소 등에서 판촉활동을 펼치고 있다.

◇“노력하면 된다” 세종시 퍼스트프라임 청약 성공 = 세종시 첫마을 퍼스트프라임 아파트 1582가구의 전평형 청약 마감은 LH 직원들에게 큰 힘이 됐다.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분양을 걱정했지만 성공 분양을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퍼스트프라임의 성공 비결은 바로 해당 임직원들의 발로 뛰는 마케팅이었다. 실제로 LH 임직원들은 1달여 동안 21차례나 대전과 서울을 오가며 공무원, 일반 수요자를 대상으로 분양설명회와 현장투어를 개최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금강조망권 등 입지의 우수성과 교육, 환경 등 미래 발전가능성 등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최악의 분양시장에서 전 평형 마감이라는 성공신화를 이끌게 됐다. LH는 분위기를 이어 세종시 중심행정타운 내 위치한 상업용지 17필지와 공동주택지 15필지의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다.

◇자금조달 다변화로 유동성 위기 극복 = 지난 8월 유동성 위기가 극에 치닫고 있을 때 LH는 2조6000억원의 토지수익연계채권의 발행에 성공하며 단기 유동성 위기를 슬기롭게 넘겼다. 당시 금융기관은 LH의 과도한 부채와 동일 기업 채권투자한도 제한을 이유로 LH채권 매입을 꺼렸다. 하지만 금융기관에게 꾸준한 설득과 조건 완화 등을 통해 토지수익연계채권 발행에 성공, 약4조3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해 급한불을 끌 수 있었다. 앞으로 LH는 국민임대주택 ABS로 약 1조원의 자금을 추가로 조달할 계획이다.

◇인사·조직등 지속적인 경영혁신 추진 = LH는 판매부진과 재무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토지 판매와 보상 조직을 분리하고 이를 전문화했다. 보상분야는 투기방지 등을 위한 제도 개선 기능을 강화했고 판매분야는 통합판매센터를 신설해 판매기획-마케팅-통합판매센터로 조직 체계화를 단행했다.

지역본부에서는 토지·주택 판매 T/F팀을 신설해 실수요자의 발굴과 적극적인 판촉활동을 강화하고 고객서비스를 증진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2차에 걸쳐 본사 인원을 감축하고 교육파견자를 조기 복귀시켜 판매 영업 활동 최적화에 매진했다. 판매·보상인력 풀을 구성해 부족한 지역본부 현장의 생산성 향상과 단위현장 중심의 책임경영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개발사업, 환지방식접목 등 변화 검토 = 사업방식의 변화도 꾀하고 있다. LH는 전면수용방식에 의존하던 사업방식을 초기 투자 비용이 절감되는 혼용(수용 및 환지)방식이나 전면환지 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해 시범사업지구 지정을 검토 중에 있다.

또 사업별로 수요와 공급, 자금운용 등의 사전 타당성 조사를 통해 사업관리체계를 효율적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다. 이를 위해 경영정보시스템을 개선, 책임경영이 가능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내핍경영 통한 경비 10%절감 = 부채규모 축소를 위한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보유자산의 전사적인 매각을 추진 중에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의 옛 토공 서울지역본부 사옥을 537억원을 매각한데 이어 지난 10일에는 옛 토공 경기지역본부 수원시 인계동 사옥을 261억원에 매각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1~2급 간부직원의 경우 급여의 3~10%를 반납해 경영위기 극복에 동참하고 있다. LH는 보유자산 매각 및 경상경비 10% 절감으로 부채 규모 축소를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내핍경영을 시행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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