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불모지나 다름없는 육상 트랙에서 천금 같은 금메달을 사냥하며 제16회 광저우 아시안게임 참가 후 첫 ‘노골드 데이’ 위기를 넘겼다.
또 24년 만의 결승 진출이 좌절됐던 남자 축구 태극전사들은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며 값진 동메달을 따냈다.
한국은 대회 폐막을 이틀 앞둔 25일 중국 광저우에서 계속된 메달 레이스에서 여자 허들 100m에서 유일한 금메달을 수확한 이연경(29·안양시청)을 앞세워 금메달 수를 72개로 늘렸다.
또 은메달 2개와 동메달을 4개를 보태 은메달 61개, 동메달 85개를 기록, 일본(금 39개, 은 68개, 동 86개)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종합 2위를 굳건히 지켰다.
‘공룡’ 중국은 다이빙, 복싱, 여자농구 등에서 금메달을 보태며 금 181개, 은 104개, 동메달 91개로 거침없는 독주를 이어갔다.
이연경은 이날 아오티 주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100m 허들 결승에서 13초23 만에 결승선을 끊어 나탈리아 이보닌스카야(카자흐스탄·13초24)를 0.01초 차로 제치고 1위로 골인, 한국의 여자 단거리 트랙 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한국은 1986년 서울 대회 때 임춘애가 800m와 1,500m, 3,000m를 석권하는 등 중장거리 트랙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낸 적이 있지만 단거리 금메달이 없었다. 단거리에선 1978년 방콕 대회에서 이은자의 여자 200m 은메달이 최고 성적이었다.
이연경은 결승 레인에 선 7명 가운데 두 번째로 빠른 스타트를 끊고도 레이스 중반까지 중위권에서 달렸지만 마지막 장애물을 넘은 후 막판 스퍼트를 올려 가장 먼저 결승라인을 통과했다.
이어 남자 10종경기에 나선 김건우(30·문경시청)는 10종목 합계 7808점을 얻어 드미트리 카르포프(카자흐스탄·8026점)에 이어 2위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6년 도하 대회 때 박재명이 남자 창던지기에서 1개의 금메달 사냥하는데 그쳤던 한국 육상은 이번 대회 김덕현(광주시청)과 정순옥(안동시청)이 남녀 멀리뛰기 동반 우승에 이어 세 번째 금빛 낭보를 전했고 지금까지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를 더했다.
남자 축구 3-4위 결정전이 열린 톈허 스타디움에서는 태극전사들이 믿기지 않는 대역전극을 이끌어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전반에만 이란에 두 골을 허용하며 1-3으로 끌려갔지만 후반 중반부터 박주영(AS모나코)의 추격골과 지동원(전남)의 동점골, 역전골이 잇달아 터지면서 짜릿한 4-3 승리를 낚았다.
아랍에미리트(UAE)와 4강 혈투에서 통한의 결승골을 내줘 1986년 서울 대회 이후 24년 만의 금메달 꿈을 접었던 태극전사들은 불굴의 투지로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8년 만에 메달을 수확했다.
또 16년 만의 아시아 정상 복귀를 노렸던 여자 농구는 중국의 벽을 넘지 못하고 64-70로 져 아쉬운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여자 농구의 아시안게임 은메달은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8년 만이다. 4년 전 도하 대회에선 메달을 따지 못했다.
한국은 1분04초를 남기고 신정자가 던진 중거리포가 중국의 그물을 흔들며 64-66, 2점차까지 따라 붙었지만 경기 종료 9초를 남기고 중국은 이미선의 파울로 얻은 자유투 2개를 림에 꽂으면서 승부를 갈랐다.
이와 함께 공수도 대련(구미테) 남자 67㎏급에 나선 이지환(21.광주 상무설악), 여자 55㎏급의 안태은(20.양산대)과 레슬링 여자 자유형 48㎏급의 김형주(창원시청)는 각각 동메달을 챙겼다.
4강에 올랐던 남자 농구, 여자 배구가 나란히 승리하고 은메달을 확보한 반면 여자 핸드볼은 일본에 일격을 당하면서 결승 진출에 실패해 희비가 엇갈렸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남자 농구 대표팀은 일본과 준결승에서 55-51 진땀승을 낚아 결승에 진출, 중국을 상대로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8년 만의 정상 복귀를 타진한다. 한국은 부산 대회 때 중국을 꺾고 우승했다.
‘거포’ 김연경(일본 JT마블러스)을 앞세운 여자 배구도 카자흐스탄을 3-0으로 일축, 북한을 누른 중국과 금메달을 다툰다.
여자 배구는 4년 전 도하 대회 ‘노메달 악몽’을 털고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16년 만에 아시안게임 정상 탈환에 도전한다.
그러나 여자 핸드볼은 일본에 28-29, 1점차로 분패하면서 대회 6연패 꿈이 좌절됐다.
‘체조 요정’ 손연재(16·세종고)와 신수지(19), 이경화(22), 김윤희(19·이상 세종대)가 호흡을 맞춘 리듬체조 팀 경기에선 일본에 0.6점차로 4위로 밀려 동메달을 아깝게 놓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