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해서 광주에 묻어달라” 유언…“진정한 지식인 모습 몸소 보여줘”
'시대의 양심' '실천하는 지성'으로 불려온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가 5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1세.
지병인 간경화로 서울 중랑구 면목동 녹색병원에 입원했던 리 전 교수는 이날 오전 0시40분께 병원에서 운명했다.
1929년 평북 삭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1957년부터 합동통신에서 기자로 일하다 1964년 반공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고 이후 조선일보 등에서도 기자생활을 하다가 수차례 해직되기도 했다.
1972년부터 1995년까지 한양대에서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박정희, 전두환 정권 때 각각 4년간 해직됐고 1989년에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다시 구속되는 등 일생에서 8년이나 옥고를 치렀다.고인은 생전에 언론자유상, 만해실천상, 한국기자협회 제1회 '기자의 혼'상, 후광 김대중문화학술상 등을 수상했다.
'전환시대의 논리' '분단을 넘어서'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21세기 아침의 사색' 등 다수의 저서를 펴냈으며, 2005년 대담집 형식의 자서전 '대화'의 발간을 끝으로 집필 활동과 사회적 발언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지성인의 양심' '시대의 교양'으로 일컬어지는 리 전 교수는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삶과 사회정의, 민주주의, 분단과 민족을 삶의 문제로 고민하는 남다른 열정으로 지식인들의 추앙을 받아왔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이런 그를 `사상의 은사'로 표현하며 한국사회에서 차지하는 고인의 비중을 평하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배우자 윤영자씨와 아들 건일ㆍ건석씨, 딸 미정씨와 사위 오석근가 있다.
한편 고(故)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의 유해는 고인의 유언대로 화장을 거쳐 광주 5·18 민주묘역에서 영면한다.
고인의 장례를 맡은 장례위원회는 이날‘리영희 선생 민주사회장’을 공식 명칭으로 4일간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임재경 전 한겨레신문 부사장·고은 시인이 공동 장례위원장을 맡고, 정·관계 인사와 언론계, 진보진영 등 각계 인사 500여명이 장례위원으로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