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달은 담합 적발로 자진신고자에 대한 궁금증 증폭, 리니언시제도 시행 후 업계 긴장 높아져
전자업계에 과거 담합 행위에 대한 자진신고가 잇달으면서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한 회사가 지속적으로 자진신고를 하지 않느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과거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컴퓨터 모니터용 브라운관(CRT) 등의 가격과 생산량 담합을 자진신고한 업체로 A사를 유력하게 지목하고 있다.
이들 담합행위와 관련한 매출 중 A사는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제일 많은 과징금을 부과 받기 이전에 먼저 자진신고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업계에서 일고 있다.
자진신고하면 리니언시 제도(담합자진신고자감면제)에 따라 이 금액을 모두 면제받을 수도 있다.
실제 업계는 CRT 관련 담합행위에서 매우 큰 규모의 과징금이 매겨질 것으로 예상하던 터였다. 담합 관련 매출 규모가 3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하기 때문이다.
적발 시기도 A사가 자진신고자라는 의혹을 키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당시 담합에 가담한 업체 중 상당 수가 폐업하거나 2000년대 초반 관련 사업에서 철수한 상황이어서 신고할 업체가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업계에서 A사를 더욱 유력한 신고자로 지목하는 이유다. 과징금 규모가 제일 클 것으로 예상했던 만큼 실적에 부담이 되기 전에 먼저 털어버리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이 아니냐는 게 업계의 의혹이다.
이에 대해 이정원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 사무관은 “잇따른 담합 적발이 자진신고를 통해 이뤄진 것은 맞지만 해당 업체에 대한 비밀 보호 원칙에 따라 A사 인지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해당업체의 비밀을 보호하기 위해 과징금에 감면액 규모를 표시하지 않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자진신고한 업체가 우리인지, 또는 다른 업체인지에 대해서는 그 어떤 답변도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업종에서도 과거 담합에 대한 자진신고가 있을까봐 서로 곁눈질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6일 △삼성SDI △LG 필립스 디스플레이 △중화 픽쳐 튜브스 리미티드 △중화 픽쳐 튜브스 에스디엔 비에이치디 △씨피티에프 옵트로닉스 컴퍼니 리미티드 등 모두 다섯개 업체가 1996년 11월부터 2006년 3월까지의 벌인 CRT 관련 국제카르텔에 모두 26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