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에 주당 3만9000원 매각...상장후 매물폭탄 우려한 듯
HSBC가 최근 SK건설 지분매각으로 얻은 차익에 대해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이는 HSBC가 매각한 가격이 다른 SK건설 주식 매매계약과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3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SK케미칼은 최근 계열사 SK건설 지분 150만주(7.4%)를 매입했다. 매입금액은 585억원으로 주당 3만9000원이다. 이번 거래로 SK케미칼이 보유하게 된 SK건설 지분율은 25.4%로 늘어났다.
본지 취재 결과 SK케미칼이 매입한 SK건설 지분 150만주는 외국계 은행인 HSBC 사모펀드가 소유하고 있던 주식인 것으로 밝혀졌다.
HSBC사모펀드는 지난 2006년 7월 SK해운으로부터 SK건설 주식 250만주(12.3%)를 사들였다. 당시 매입금액은 435억원으로 주당 1만7400원 수준이다. 이번 거래로 HSBC 사모펀드는 4년만에 2배가 넘는 매매차익을 남겼다.
이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거래금액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SK건설의 주식 거래대금이 1년전 다른 거래계약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SK케미칼은 지난 2009년 9월 보유하고 있던 SK건설 지분 중 811만8000주(34.1%)를 주당 5만1000원에 그룹 지주사인 SK에 넘겼다.
SK케미칼이 주당 5만1000원을 받고 팔았던 SK건설 주식을 1년 6개월만에 24%가 싼 금액에 다시 사들인 셈이다. 현재 장외시장에서는 SK건설 주식이 주당 6만원선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SK건설은 최근 1년간 주식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전체 발행주식수에 변함이 없었다. 순자산가치(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액)도 지난해 9월말 현재 9000억원으로 2009년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SK건설 주식 매매금액 산출 과정에서 SK그룹과 HSBC간의 이해관계가 작용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SK건설 상장 후 오버행(물량폭탄) 문제와 HSBC의 투자금 회수 문제 해결에 대한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건설업계에서 해외사업 수주에서 두드러진 실적을 내놓고 있는 SK건설의 상장 공모가가 주당 8만원 이상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HSBC는 사모펀드의 운영이 상당기간 지난 점을 고려해 SK건설 지분에 대한 투자금 회수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SK그룹은 IPO(기업공개)가 예정돼 있는 SK건설의 보호예수가 없는 대량의 지분들을 신경 쓸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SK건설이 SK케미칼과 HSBC사모펀드간의 매매 거래 없는 지분구조를 갖고 IP0를 실시할 경우 보호예수가 없는 물량분이 전체 주식의 30%(HSBC 12.3%, 우리사주 11.7%, 소액개인주주 7.7%)를 상회한다.
보호예수기간이 없는 SK건설 주식은 IPO후 정규시장에서 막대한 차익 때문에 상장 후 바로 거래가 될 수 있어 심각한 오버행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상장 과정에서 오버행 이슈가 떠오를 경우 공모가 산출과 상장 이후 주가 향방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오버행 이슈는 현대위아 사례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현대위아의 주가는 상장일인 지난달 21일 공모가보다 8.24%(6300원) 떨어진 7만200원에 마감했다. 이후 주가는 연일 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일 현재 현대위아 주가는 6만6000원선을 기록하는 등공모가 6만5000원을 위협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현대위아의 상장 후 보호예수에서 제외된 물량이 대거 나오는 등 오버행 이슈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대위아는 상장 직전 보호예수에 포함되지 않는 지분율이 13% 수준이였다.
SK케미칼 관계자는 “기관에 의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은 가격”이라며 “어떻게 손해 보며 주식 거래를 하겠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