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으로 담고 싶었다. 사랑이 뭔지…"
영화 ‘사랑이 무서워’의 정우철 감독이 상열 역을 맡은 임창정에게 극의 한 장면을 설명한 부분이다. 바보처럼 착하고 좀 모자르다 싶은 캐릭터 상열이 아내 소연(김규리)이 다른 남자의 아이를 배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낙담해 있는 상황. 이때 짐을 싸들고 나와 벤치에 앉아 있는 그에게 동네 할머니가 사탕을 건낸다. 촬영에 앞서 임창정이 정 감독에게 “형, 이건 도대체 어떤 느낌인거야?” 라고 물었을 때 왕따로 낙담해 있는 아이의 심정에 비견해 설명했다고.
뉴질랜드에서 독립영화 등으로 활동하던 정 감독에게 ‘사랑이 무서워’는 국내에 선보인 첫 작품이다. 또 그가 직접 쓴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그간 뉴질랜드에서 쓰고 영화한 작품들 중에선 우울한 소재가 많았다. 사회적인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었지만 국내에선 로맨틱 코미디를 선보이게 됐다”는 그에게 장르에 변화를 준 까닭을 물었다.
극 중 명장면은 상열이 란제리 홈쇼핑 동영상을 몰래 보다 엄마(김수미)에게 걸려 호되게 굴욕당하는 장면이다.
관객은 마치 임창정의 은밀한 사생활을 몰래 민망한듯 지켜보다 김수미의 걸진 욕세례와 당하기만 하는 임창정에 폭소를 터뜨린다. “임창정은 자신이 망가지는 것데 대한 두려움이 없는 배우다”며 김수미와 임창정의 순발력이 극에 재미를 더했다고 했다. “나는 영화속 장면을 위해 되도록이면 리허설을 안하는 편이다”며 “리허설이 금쪽 같은 장면을 더 이상 흉내낼 수 없게 만드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로 에너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충돌하게 될 때 나오는 진짜 반응들이 있다”면서 “이번 영화에서는 그런 장면들이 많이 나와 기대 이상의 재미가 나왔다고 했다.
이번 영화에서 김규리의 모습은 너무 아름다웠다. 예쁜 배우의 재발견이라는 평에 대해 “김규리씨도 어느덧 삼십대에 접어들었다. 성숙미가 나오면서 배우의 가치가 빛을 발했던 것 같다”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정감독은 영화에서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가치에 대해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음담패설적 코믹 대사와 장면들은 영화의 웃음을 위한 수단이지 핵심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소연이 상렬을 만나 결혼할 수 있었던 까닭은 처음엔 사랑 때문이 아니었다. 이용이란 가치를 가지고 접근한거다” 며 “하지만 자신을 이용한 소연을 대가없이 지켜나가는 상열의 이야기를 통해 궁극적으로 ‘순수한 사랑’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동시에 사랑하는 이의 과거에 집착하는 모습보다 우리가 신경써야 할 시간은 바로 지금이라고 말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사랑이 무서워’ 영화 제목에 대해 물었다. “내가 직접 지은 거다”라며 “사람이 가장 비이성적인 순간은 사랑 앞인 것 같다. 사랑을 시작할 때, 사랑을 잃었을 때건 사랑은 너무 위대하다. 그 사랑의 무게가 너무 커서 무섭다는 말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정우철 감독은 조만간 제주도에 내려간다. 귀국 후 삭막한 서울생활에 제주도에 내려가 석공으로서 돌 작업을 해온 그다. “이번에는 버스를 빌려 아내와 제주도 내를 여행하며 사람들을 만날 것”이라 했다. 이쯤되면 ‘보헤미안’이란 별칭이 붙어도 될 법하다. 보헤미안 정우철 감독, 솔직하다 못해 대담한, 그리고 사람냄새가 나는 그의 다음 영화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