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에 대한 정부의 오락가락 입장에 이제 짜증이 난다. 국제유가가 내려갈 때까지 시간 끌기 하는 것 같다. 도저히 정부를 믿을 수가 없다.”
유류세 인하에 대한 일관성 없는 정부의 입장에 대한 불만이 최고조에 달했다. 정부 부처 간 입장도 제각각일 뿐 아니라, 한 부처 내에서도 서로 다른 얘기가 나오고 있어 대국민 신뢰도는 추락할 때로 추락했다는 지적이다.
20일 청와대와 정부 등에 따르면 유류세 인하에 대한 정부의 갈지(之)자 행보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월1일 TV 생방송 좌담회에서 “유류가격은 조세를 낮춰 기름 값이 오르는 것을 상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발언에서 시작됐다. 물론 이 대통령의 발언 직후 청와대에서는 “당장 인하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는 해명을 내 보냈다. 결국 이 대통령의 발언이 국민들의 혼란만 부추겼다.
약 2개월 후인 4월6일에는 김황식 국무총리가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유류세 인하 검토 필요성을 묻는 신성범 한나라당 의원의 질문에 “세수와 에너지 전략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유류세 인하 부분도 검토할 생각”이라며 청와대의 해석과 다른 입장을 내놨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도 다음 날인 7일 “정부가 유류세 인하에 대해 논의를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건 아니다. 세수와 에너지 등을 감안해 여러 방향에서 검토하고 있다”며 김 총리를 거들었다. 그러나 내부의 해석은 달랐다.
재정부는 윤 장관의 발언이 있은 불과 몇 시간 후 “유류세 인하는 곤란하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재정부가 국무총리의 발언을 하루 만에 완전히 무시했음을 물론, 몇 시간 만에 해당 부처 장관의 말도 뒤집어버린 셈이다.
이런 가운데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단서를 붙인 유류세 인하 방침을 제시했다. 최 장관은 지난 12일 원전 안전 운영 및 고유가 대책 관련 긴급 현안질문에 참석해 “두바이유가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서면 유류세 인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유업계에서는 “최근 수급동향이나 석유수출기구(OPEC) 움직임을 볼 때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130달러를 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며 “최 장관의 말은 실속 없는 빈말”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국제유가 가격이 내려갈 때까지 시간을 끈 후 유류세 인하는 없었던 얘기로 만들겠다는 심산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윤 장관에 대해서는 국민을 ‘기만’한다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윤 장관은 18일 국회 예결산특별위원회에서 유류세 인하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필요성을 부인하진 않겠다. 내부 검토 중이니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 언제, 얼마나 (인하)할지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류세 인하가 임박한 듯 한 발언을 내놓은 것.
하지만 몇 시간 후 윤 장관의 일관성 없는 발언은 들통 나고 말았다. 최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다우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유류세를 감면할 때는 아니다”고 말한 사실을 언론을 통해 보도됐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발언을 필두로 2개월 동안 수차례 번복된 유류세 인하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정부 스스로를 ‘불신의 수렁’으로 빠뜨린 꼴이 됐다.
오제세 민주당 의원은 “급한 대로 국내 정유사들이 가격을 내렸지만 3개월 동안 실시하는 한시적 시책이고, 주유소들이 공급가 인하를 판매가에 반영하기까지 재고량 소진 등에 따른 상당한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큰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유류세 인하가 빠르고 실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도 “총리와 장관들이 유류세 인하에 대한 입장도 통일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말로만 인하하겠다며 국민을 속이고 있다”며 “실제 인하 의지는 없어 보인다”고 불만을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