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가 없는 기업이 재벌 총수가 있는 기업보다 경영을 더 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1년 4월5일 기준 민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47개 중 ‘총수 없는 기업’의 전년대비 평균당기순이익 증가율이 소위 재벌이라 불리는 ‘총수 있는 기업’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 현대자동차, 에스케이, 엘지, 롯데 등 총 38개 총수 있는 기업집단의 평균당기순이익은 1조7500억원으로 전년(1조1500억원) 대비 52.2%(6000억원) 증가했다.
반면 포스코, 케이티, 대우조선해양, 하이닉스 등 총 9개 총수 없는 집단의 평균당기순이익은 1조2700억원으로 전년(6000억원)대비 111.7%(6700억원) 늘었다.
재벌 총수가 없는 기업의 평균당기순이익 증가율이 총수 있는 기업에 비해 59.5%포인트, 2.1배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같은 기간 총수 없는 집단의 평균매출액(18조6000억원) 증가율은 32.9%로 총수 있는 집단 평균매출액(25조3000억) 증가율 13.5%보다 19.4%포인트 더 많이 늘었다.
총수 없는 기업집단의 ‘선방’은 지난해에 더 두드러졌다. 재벌과 그렇지 않는 대기업 평균당기순이익 증가율이 무려 10.8배 이상 차이가 난 것이다.
2010년 4월1일 기준 공정위가 발표한 민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45개 가운데 재벌 집단 35개사의 평균당기순이익은 1조1500억원으로 전년(9600억원) 대비 19.8%(1900억원) 증가했다.
이와 비교해 총수 없는 기업집단 10개사의 평균당기순이익은 6000억원으로 전년(1900억원) 대비 215.8%(4100억원) 늘었다.
전년대비 매출액은 총수 있는 기업집단이 8.9%, 총수 없는 기업집단이 9.0% 각각 하락해 두 집단 간 매출액 감소율에도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총수 없는 집단의 평균당기순이익률 증가율이 10배 이상 더 높게 나타남에 따라 총수 없는 기업들이 훨씬 실속 있게 장사를 한 것을 알 수 있다.
공정위가 지난해 지정한 총수 없는 집단은 포스코, 케이티, 대우조선해양, 하이닉스, 현대건설, 에쓰-오일, 한국지엠, 홈플러스, 케이티엔지, 현대오일뱅크로 총 10개다. 올해에는 지난해와 8개가 일치하며 현대건설과 현대오일뱅크가 제외되고 대우건설이 추가됐다.
최근 이러한 총수 있는 기업의 상대적 부진에 대해 김선웅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소장은 “재벌집단에는 건설분야 계열사가 많은데 최근 건설경기가 좋지 않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포스코, KT 등 총수 없는 기업으로 분류된 집단은 대체로 과거 공기업이었고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어 경기에 민감하지 않은 업종 위주다”라며 최근 경기위축상황에도 총수 없는 기업의 경영성과가 좋은 원인을 설명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대기업 총수들의 경영스타일을 이유로 지목하기도 했다.
그는 “기업 총수들은 모든 상황변화를 검토하며 신중한 경영전략을 취하기보다는 ‘과감한’ 의사결정을 하는 경향이 있다”며 “몇 년 전까지 무리하게 경영을 확장하던 재벌기업들이 세계금융위기를 맞으면서 부실증후군을 나타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예로 금호아시아나, 동양, 대한전선 등이 주채권은행의 구조조정에 들어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소장은 해결책으로는 총수에 의한 무모한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도록 견제장치제도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