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시장의 거품 붕괴, 대규모 실업, 비정규직의 양산, 물가 상승, 임금 저하, 빈곤의 증가와 빈부 격차의 심화, 국가 간 무역 전쟁과 환율 전쟁 등으로 점철되는 이 현상들을 저자는 ‘공황’ 국면으로 진단한다. 지금 우리는 ‘경제위기’가 아니라 ‘세계대공황’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해서야 극복되면서 혼합경제 체제를 낳았던 첫번째 세계대공황과, 석유파동으로 촉발돼 신자유주의의 등장을 야기한 두번째 세계대공황의 역사를 돌이켜보며 2008년부터 시작된 이번 제3차 세계대공황이 발생하게 된 과정을 분석하고 더 이상은 이 부조리를 반복하지 않을 새로운 사회로 나갈 길을 제시하고 있다.
3차 세계대공황을 이전 두 차례의 대공황과 구별짓게 하는 것은 ‘금융’이라는 키워드이다. 즉 이번의 세계대공황은 실물경제에 의한 공황이 아닌, 금융기업에 의한 사상누각의 현대 경제체제가 빚어낸 공황이다. 그 시작은 미국 주택시장 거품의 붕괴였다. 신자유주의 체제 속에서 생겨난 거대한 유휴화폐자본, 즉 ‘노는 돈’은 투기자금으로 전환돼 주택, IT 등 각 부문 시장에 거품을 일으키며 손쉽게 부자들의 배를 불렸다. 뿐만아니라 노동자의 임금수준은 친기업이라는 구호 아래 계속해서 저하되면서 그 자리는 거대한 신용-빚-으로 메꿔지도록 권장됐다.
저자는 “새로운 경제”라는 찬사를 받으며 거듭돼 온 현대 자본주의의 ‘성장’이란 이렇게 거품 속의 자산 상승 효과와 저소득층에 대한 수탈적인 금융 대출에 의해 지탱돼 온 것임을 신랄하게 지적한다. 금융시장 붕괴의 시작을 알린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은, 금융피라미드의 밑바닥을 받치고 있던 저소득층 비우량 대출자들이 대출 원금을 상환할 수 없게 되자 커질 대로 커진 거품이 단숨에 꺼지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이와 함께 세계금융공황이 본격화되었다.
“시장은 내버려두어야 한다”, “시장에 문제가 생겼다면 무언가가 개입했기 때문이다”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주류 경제학자의 눈으로는 공황의 발생을 제대로 설명할 수가 없다. 저자는 마르크스의 공황 이론을 토대로 공황이란 처음부터 자본주의 경제가 피할 수 없는 일임을 증명한다. ‘가난한 자는 더 가난해지고 부자는 더 부자가 되어야 경제가 잘 돌아간다’는 논리로 공황을 만들어내고 끊임없이 되풀이하게 하는 것이 바로 자본주의 사회의 고유한 속성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공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음을 논증한 마르크스의 공황 이론이 한층 복잡 치밀해진 현대 금융경제 체제에서도 여지없이 적용될 수 있음을 풀어 밝힌다. 스스로 키워낸 거대한 손실을 메워야 한다며 이들이 요구하는 구제금융은 모두 국민의 혈세에서 나오는 것이다. 동시에 그들은 복지 정책이 국가 채무를 키워 자산 위험도의 증가를 가져온다는 논리로 사회 서비스를 축소하라고 아우성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되살려지고 있는 금융자본의 뻔뻔한 행태와 이를 지원하는 신자유주의 정부가 주도하는 세계경제 속에서 노동자와 서민의 고통은 더욱 커지고만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이를 타도할 노동자의 힘을 더욱 약화시키는 요인들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 저자가 바라보고 있는 현실이다. 이렇듯 이 책은 한국의 대표적인 마르크스 경제학자 김수행 교수가 지금껏 연구해 온 결과의 총체를 대중에게 읽히기 쉽도록 풀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