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선생님인 최모(36·남)씨는 “카카오톡 설치시 휴대폰번호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아무런 경고나 안내 없이 나의 모든 전화번호 목록이 자동 친구 등록돼 버렸다”면서 “학부모들부터 과거 여자친구까지 내 프로필과 카카오톡 등록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은데 다 연결돼 버려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카카오톡이나 마이피플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의 친구 ‘자동등록’ 기능이 사용자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개인정보 침해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현재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은 가입자 2400만 명에 이르는 카카오톡이 업계 1위를 달리고 있고 다음의 마이피플이 1300만 명의 가입자로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하지만 이들 모바일 메신저를 설치하면 전화번호부 목록의 자동등록 기능으로 인해 상대방에게 알리고 싶지 않거나 알려지면 곤란한 경우에도 전부 노출되는 문제점이 있다.
사용자가 해당 애플리케이션을 한번 설치하면 이미 주소록에 있는 데이터가 전부 수집되고 스마트폰에서 인터넷이 연결됐을 때 자신의 주소록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프로필과 사진, 등록 사실을 알리게 된다. 자동등록 기능은 한번 자동등록 된 이후에야 옵션 설정에서 해제할 수 있다.
이런 기능으로 인해 카카오톡, 마이피플 등 모바일 메신저를 설치하기 전에 전화번호부 목록부터 정리하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카카오톡은 내 전화에 상대방 번호가 저장돼 있지 않아도 상대방이 내 전화번호를 저장해 놓았으면 ‘친구추천’에 뜨게 된다.
따라서 자신의 개인정보를 모든 전화번호부에 등록된 사람이 아닌 공개하고 싶은 특정인에게만 공개할 수 있도록 공개 범위를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계정으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아이폰 무료 무전기 애플리케이션 ‘헤이텔(Hey tell)’은 처음 설치할 때부터 보안 설정을 해야만 애플리케이션이 실행되며 서로 친구추가에 동의한 후에야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싸이커뮤니케이션즈 연구소 대표인 권순교 박사는 “카카오톡과 마이피플은 스마트폰에 설치된 후에 오프라인 상태에서 이미 연동과정에 들어간다”면서 “이 현상은 해킹과는 차별화되지만 동기화 옵션을 꺼버려도 소용이 없기 때문에 사용자가 컨트롤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서로 핸드폰 번호가 저장돼 있더라도 모바일 메신저 사용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을 수도 있는데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것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위험성이 과소평가 돼 있다”면서 “사용자가 최초부터 조작 가능하게 디자인돼야 하며 콘트롤되지 못하는 기술의 기능에 대한 문제점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